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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Apr 28. 2019

웰컴 투 암스테르담!

약간의 관심으로 시작한 여행

  여행지를 정하는 데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이유나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굉장한 기대감과 설렘 등이 몇 배 이상으로 들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관심 또는 스치는 느낌 정도로도 여행지가 정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음.. 너무 모호할까? 하지만 어차피 여행은 정답이 없는걸.


  대학교 동기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던 게 벌써 4년 전 일이다. 유독 ‘타입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부 시절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대학원에 들어갔다. 서른이 거의 다 되어서 유학이라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친구가 대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타입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노력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덕분에 나는 유학 간 친구 그저 ‘고흐의 나라’ 정도로만 여겼던 네덜란드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럽의 대표 허브, 자유로운 도시, 튤립의 나라, 자전거 천국, 디자인 강국…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부르는 별칭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8일의 일정을 잘 분배해 본다면,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네덜란드에서 3일을 보내기로 했다.


 

착륙을 위해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으로 내려가던 순간.


  런던에서 두 시간 남짓 걸려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환승 공항답게 공항 안은 입·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공항이 원래 다 그렇겠지만, 스히폴 공항은 특히 더 정신이 없을 테니 가능하면 중앙역으로 들어가는 열차 티켓을 한국에서 미리 사두면 좋다던 친구의 말에 티켓을 미리 사 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우리는 출력해온 열차 티켓을 손에 꼭 쥔 채, 오로지 표지판의 ‘Train’ 글자만 찾아갔다. 정신없는 상황에 온 신경을 열차 타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공항 내부는 제대로 살피지도 못했다. 그래도 무사히 열차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열차를 탄 지 불과 15분 만에 우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버렸다.) 



  숙소를 선택하는 기준과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일단 예쁘거나, 아니면 뭔가 끌리는 한 장의 사진에 반해 덜컥 결정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물론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일단 마음에 무척 들면 때로는 예쁘면(인테리어가 예쁘거나, 혹은 전망이 아름답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숙소 안 가득 예쁜 소품이 놓여 있거나!) 어딘가 불편하거나 조금 부족하더라도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이번 암스테르담 숙소가 그랬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 소개된 사진 한 장에 반해버렸던 것이다. 심지어 호텔 내부가 아닌, 호텔 외관 사진! 런던에 비하면 네덜란드 여행 기간은 절반도 되지 않는데, 비용은 런던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하지만 이미 뺏겨버린 내 마음이 움직일 리 없었다. 결국 나는 런던에서 숙박비를 많이 아낀다고 아꼈으니, 2박 3일에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호텔에 지급했다.


(사진 출처: 호텔스닷컴)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다시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가장 근접한 역에 내린 다음, 호텔 위치를 살폈다. 울퉁불퉁하고 좁디좁은 길에서 캐리어를 끄는 건 정말이지 곤욕이었다. 휴대폰 속 구글맵은 분명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고 안내해주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우리에겐 1시간 같았다. 


  구글맵 한 번 보고,

  거리 한 번 보고,

  한 발자국 전진.


  또다시 구글맵 한 번 보고,

  거리 한 번 보고,

  한 발자국 전진….


  우리는 가는 내내

  고개를 수도 없이 끄덕여야 했다.


  그렇게 겨우 찾은 호텔 외관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였다. 무사히 찾아왔다는 안도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건물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좁은 문을 따라 들어가니 캐주얼 복장을 한 남자 직원이 리셉션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직원은 우리에게 웰컴 드링크를 건네주며 체크인을 하기 위한 안내 멘트를 쏟아 냈다. 안내를 하는 중간중간에도 직원은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암스테르담엔 처음 와봤는지 등등 끊임없이 질문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나름 핫하다는 호텔에 자그마한(?) 동양인 두 명이 왔으니 궁금할 만도 했겠지. 나는 스히폴 공항에서부터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긴장 속에 와야 했는지, 걸어오는 내내 구글맵과 거리를 번갈아 가며 확인하느라 목이 뻐근할 지경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싶었지만, 내 영어 실력으론 그저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직원은 나의 단답형 대답에도 개의치 않고, 호텔 방 위치부터 조식 서비스 이용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를 하더니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웃으며 호텔 방 카드키를 건네주었다.


“웰컴 투 암스테르담!”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태어난 나라라는 것 외에는 사실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곳,


약간의 관심으로 시작했던 암스테르담 여행은

언젠가 그곳에만 오래 여행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때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요.


4편의 이야기로 네덜란드의 두 도시인

암스테르담과 델프트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약간의 관심으로 바라본다면

여행하는 기분을 가득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두 도시에 대한 다양한 풍경과 이야기는

책으로 더 진하게 만나주세요 :)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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