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 동물 등록했어요 =)
유부는 착하다.
새 이빨이 나기 전 장난감으로 장난을 치다가 내 손을 물거나 하면 내가 아파하는 걸 알고 물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단단한 새 이빨이 나서 예전만큼 아프진 않지만 지금도 손장난을 칠 때마다 나를 배려하며 조심한다. 물론 산책할 때 나를 미친 듯이 끌어당기고 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헉헉거리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면 슬쩍 내 눈치를 보고 옆에 가만히 선다.
유부는 슬픔을 안다.
책을 읽다 가끔 벅차게 감정이 북받쳐 엉엉 울 때가 있다. 보는 사람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기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고 있으면 당황한 유부는 달려와 내 눈물을 핥는다. 뭐야, 뭔데 니가 날 위로해- 하면서 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유부를 보다가 얼른 떼어낸다. 눈물도 짜단 말이야, 저리 가- 하고 밀쳐내면 저만치서 바라보다 다시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와 낑낑거리며 옆에 있음을 알린다. 눈물을 멈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장난감 바구니로 달려가 뭐든 하나 가져온다. 이제는 놀 시간이라고? 운 시간에 비해 놀이 시간이 긴 것 같은 기분이지만 용서한다.
유부는 눈치가 빠르다.
밤마다 형아와 눈나의 발에 차여도 침대에서 같이 자는걸 제일 좋아하지만 형아가 안돼- 내려가- 하고 말하면 곧잘 알아듣고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형아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침대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눈을 깜빡이다가 형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다시 아래로 내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꼬리를 흔든다. 형이 다시 옷을 갈아입느라 자리를 비우면 침대 위로 올라와 내게 몸을 비비며 빨리 만지라고 빨리 놀자고 흔들어댄다. 내가 웃는 소리에 형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면 후다닥 다시 내려가 형아를 보고 신나게 꼬리를 흔든다.
유부는 사랑스럽다.
한 달에 1kg씩 몸무게가 늘어나는데 살은 아니 찌고 허리만 길어져 자꾸만 닥스훈트나 웰시코기를 생각나게 한다. 키가 커야 할 텐데 키는 그대로고 허리만 늘어나 진도코기라고 놀림받지만 신이 나면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꼬리를 붕붕 돌리는데-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다. 하얗고 노란 털 사이에 검은 털이 가끔 섞여있어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어떤 개였는지 상상하는 일도 그저 즐겁다. 눈 주변이 시커먼 게 허스키 종류의 개가 할머니였을지도 모르겠다, 귀가 이렇게 쫑긋 서는데 사막여우가 보이는 것 같아. 매일 우리끼리 수군수군- 우리끼리 귓속말을 주고받으면 저 멀리서 근엄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다. 아저씨 같은 그 얼굴마저 너무 사랑스럽다.
유부는... 유부는...
존재 자체로 이렇게 위로가 되는, 베풀고 싶어지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부족한 눈나와 형아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볼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골라해 줄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함께 있어서 즐거운 눈나와 형아가 되도록 할게.
우리, 가족이 되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