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계획과는 아무 상관없는 - 열네 번째 뉴스레터
그래도 평균을 내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편지를 보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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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두 달 간은 캐나다 라이프를 한껏 즐기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어린이가 집 근처 자전거 파크 멤버십을 등록했거든요. 왜 이렇게 내 일상이 메말라가나, 한참 고민하다가 아직은 나 홀로 실컷 돌아다닐 수 없는 환경 때문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첫번째 생각. 겨울이 이상하게 포근해요.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픈가봐요. 이 말을 몇 달째 입에 달고 삽니다.
수십 년, 아니 수백년간 밴쿠버의 겨울은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으슬 으슬 추운 기온을 유지해 왔어요. 덕분에 도심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산꼭대기 위에는 보기에도 좋고 타기에도 좋은(설질이 좋다, 라고 하죠?) 스키장이 3개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심에 비가 오면 산 위엔 눈이 내리기 때문에 집에서부터 스키 혹은 스노보드 장비를 풀 장착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흔했답니다. 몇 정거장 안 되는 거리의 스키장 앞 정류장에 내려 곧바로 곤돌라 타고 리프트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는 거여요.
그런데,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비도 덜 오고 날씨도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러다 다음 주 부터는 비가 좍좍 내리겠지' 하며 곧 떠날 것 같은 아름다운 날씨를 즐기기 바빴는데, 화창한 겨울날이 이어질수록 마음 한 쪽에서 다른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네요.
우기에 속하는 겨울 내내 비가 덜 내리고, 눈이 덜 쌓이면, 여름까지 이 드넓은 대륙의 산과 숲과 호수들에 필요한 수분 공급이 전체적으로 부족해질 테고, 한여름 되기 전부터 여기 저기 산불이 타오를 테고, 여름은 더 건조하고 뜨거워질 테고, 겨울은 점점 따뜻해질 테고... 작년엔 느닷없이 폭설이 연달아 쏟아져 놀래키더니.
도시 한복판에 살 때보다 대자연 가까이에서 훨씬 절실하게 기후 변화를 느낍니다. 캐나다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술' 자체보다는 지속 가능한 기술, 대체 가능한 재료에 몰두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만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의 일상과 주변이 눈에 띄게 변하는 걸 체감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고작 1년 남짓이지만 어린이의 눈에도 편차가 뚜렷한가 봅니다. 학교에서 배운 환경 이야기를 열심히 저에게 설파하는 걸 듣다 보면, 다양성 만큼이나 자연과 생태계가 중요한 이슈인 사회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물론 기승전, 인간이 나빠! 하는 원망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서 아직 좋은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요.
두번째 생각. 반쪽짜리 자유에 대하여
편지의 시작에 적은 것처럼, 지난 해 마지막 선샤인 코스트 여행을 끝으로 제대로 공원 한번 들판 한번 산책하지 못하고 2월을 맞이했습니다. 1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임계치에 다다른 게 느껴져 뉴욕의 동료에게 SOS 하기도 했어요.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하세월 통화해 준 내 동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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