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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CX 리더를 발견하는 법

고객 접점의 운영과 개선을 이끌어 줄 재야의 고수를 찾아라

by 마음씨

어려운 제목이다.


[좋은 CX 리더를 채용하는 법] 이라고 적었다가 [발견하는 법] 으로 수정했다. 짧은 한 줄에는 명확하게 정의되지도, 그리고 합의되지도 않은 단어가 여러 개 담겼다.


최근 가까운 분의 회사가 서비스 다각화 그리고 일부 사업의 성장기를 맞아 운영팀을 재점검 하고 여러 상황을 타개할 리더를 찾고 있어, 함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밀도 높았던 논의 덕분에 나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준을 되짚어 볼 기회가 되었고, 그 때 나누었던 질문과 답변을 토대로 나의 생각을 기록해본다.




대화의 시작은 이랬다.

CX 리더를 채용한다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세요?


이 질문에 대한 즉답 이전에, 채용을 하고자 하는 조직이, 그리고 CX/운영팀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극초기 스타트업으로 아직 PMF를 찾고 있는 단계인지, 이미 성숙기에 다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규 상품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지, 조직 내부에서 CX팀에 원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등. 채용할 리더 한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리더가 합류할 팀으로서의 우리 조직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여기에 적합한 성품, 이력, 혹은 기질을 가진 사람을 어디서 찾을지 알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상태 혹은 바랄 만한 옵션 몇 개를 예로 들어 언급하면 백이면 백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말씀하신 그거 다 필요하죠." 아니다. 그런 대답부터 튀어 나온다면 우리 조직은 높은 확률로 아직 방향성이 막연하거나 도전 과제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이상적인 대답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3년 된 운영팀의 리더가 부재한지 6개월이 넘었어요. 점점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게 보이고, 타 팀에서 운영팀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업무량 조절이 어렵고 각자 쏟아지는 잔업을 쳐내기 바빠 보여요. 이 와중에 조직에서는 고객 경험이나 백오피스를 깊이 다뤄본 사람이 없어서 가이드를 주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상품개발 팀에서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궁금해 하고, 운영팀 쪽에서 자사몰과 주요 오픈 플랫폼 2가지에 대한 응대 외에도 신규 상품 아이디어를 발굴해주기 바라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역부족이예요. 새로 오시는 리더가 지금의 업무 진단부터 효율화도 해주셔야 하고, 지친 팀원들의 마음도 좀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상품 개발과의 협업은 그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선 서비스 운영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게 보이면 타 팀에서도 새로 오신 리더를 많이 신뢰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러한 답변도 가능하다.

지금 팀에는 주니어들 뿐이라 확실한 실력을 가진 시니어가 필요해요. 팀을 돌볼 뿐 아니라 실무로도 강력하게 좋은 사례를 보여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주니어 구성원들의 자질이 상당히 뛰어난 편인데 본보기가 없어 그런지, 개인 커리어나 조직 내 활약에서 다들 헤매는 경향이 보이거든요. 리더십에서는 내부 CX 멤버들을 차츰 운영기획으로 포지셔닝 해서 다양한 인사이트 도출에 좀 더 집중하도록 하고, 응대 실무는 아웃소싱 하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다만 우리 조직에 딱히 이 분야 전문가는 없어서, 기왕이면 새로 오는 리더가 콜센터 경험이나 외주 관리 경력이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조직 내부에 서비스 운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어떻게 이러한 기준을 세우거나 판단을 할 수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서비스 운영은 CX 리더가 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실은 경영진부터 사업전략, 세일즈, 제품 개발 부서까지 전부 관여해서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고객을 놓치고 있는지 발견해야 하고, 이렇게 발견한 과업을 여러 부서가 나눠서 할 수 없으니 여기에 완전히 집중해 줄 사람을 찾는 게 맞다.


또 다른 기준으로 내가 제안한 것은, 서비스 운영이나 고객 응대팀 리더를 채용하더라도 지원자의 경력을 '고객센터' 혹은 고객 지원 업무에 국한해서 검토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채용하는 조직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2024년 현 시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이라면 - 이제 고정 관념을 벗어난 중간관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내가 CX 동료를 찾을 때 중요하게 보는 게 두 가지가 있다.


1. 얼마나 고된 일을 고군분투 하면서 이끌어가 본 적 있는가.

이 때 이 일은 고객지원 업무가 아니어도 된다. 1천여 참석자가 있는 행사 담당자였을 수도 있고, 1인 마케터로 조직이 10명에서 60명으로 성장할 때까지 버텨본 사람이어도 좋다. 때론 회사가 아닌 개인사의 경험이 그를 단련시켰을 수도 있다. 그 과정을 돌파해 본 사람, 특히 혼자만의 탁월함이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협업을 하며 난관을 통과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평균 이상의 내공을 보유한 셈이다.


2. 팀원/동료들이 고객지원 혹은 CX 업무를 잘 배웠고 앞으로도 배울 게 많다고 말하는가.

특히 전통적인 고객지원 업무(Customer Service, Customer Support, Contact Center) 특성상 위계 서열에서 나오는 충성심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내 매니저로부터 업무를, 커리어 관점을 많이 배웠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센터 내에서의 승진이 아니라 작은 커머스 팀, 스타트업, 여러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비즈니스 내부에서의 다방면의 커리어 발전과 노련함을 논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지원자가 왜 고객서비스, 고객지원, 서비스운영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지 그 목적도 중요하게 본다. 다만 이건 CX에 적합한 자질 여부를 판단하기 보다는 조직의 성숙 단계에 맞는 매니저인가 판단하기 위해서에 가깝다.




나는 CX팀, 서비스운영팀 리더의 역할이 아주 광범위한 피플 매니징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팀 구성원들을 전문가로 잘 양성하고 조직의 목표에 맞게 최대치의 능력 발휘를 이끌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라는 거대한 이해관계 집단이 존재하고, 타 부서 혹은 경영진이라는 정 반대 성격의 이해관계 집단도 존재한다. 그 중심에서 균형을 잡고, 협상을 타결하고, 우선순위를 조율하기 위한 풍족한 자료를 공유하고 흐름을 잡아가는 것이 CX 리더십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이 사람의 마음의 근본은 덕심, 팬심, 단순한 소속감 이상의 그 무엇이어야 한다.

무한한 애정이 없으면 집요함과 설득력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덕질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편...)


CX 리더는 필연적으로 타인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해 불명확한 지점을 물고 늘어지고, 잊을만 하면 찾아와 미해결 이슈를 다시 되새겨주고, 정확한 요구사항으로 관련 부서를 타격하게 될 것이다. 이 때 그 상대방이나 동료들이 "아이고" 하면서도 그게 싫지 않아야 한다. CX 리더의 행동이 '더 나은 고객 경험 나아가 매출의 성장' 을 위한 것임을 모두가 알 수 밖에 없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팀이 (혹은 구성원이) 무엇을 잘 해내는지 알리고 조직 내 CX팀의 신뢰를 쌓는 것도 CX 리더의 역할이다. 편리를 위한 이기심이 아니라 개선을 위해 외부의 리소스를 유연하게 끌어 오고 여러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설득을 끌어가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 외교관일 필요가 있다.


조직 내 어떤 부서라도 리더의 자질이 이와 같다면 긍정적인 시너지가 되겠지만, 특히 CX 리더에게 전략적 스킬이 중요한 이유는 그 어느 부서보다 CX팀 내에 흐르는 정보가 귀하고, 이를 잘 활용했을 때의 임팩트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사실 대부분 산 속에 숨어 있다. 일부러 몸을 숨기려 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다. 운영은 머리와 마음을 분리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본인의 업무, 팀, 서비스 혹은 제품의 고도화에 깊이 헌신하다 보면 다른 곳에 쏟을 에너지가 별로 없다. 업무 외의 시간에는 질 좋은 휴식으로 머리와 몸을 쉬게 한다. 이를 놓치면 본업에서 정성을 쏟는 게 어려워진다.




만약 지금 운영/CX팀의 리더를 찾고 있다면, 채용 공고를 작성하기 전에 우리 조직의 성장 단계와 현재 상황부터 상세하게 점검하면 좋겠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만났다면, 그 분이 합류한 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전 과제들을 잘 정비해 두면 좋겠다. 부디, 새로운 CX 리더가 회사에서 진정한 '덕업일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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