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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2살 겨울의 행복 - 홈요가

몸과 마음 모두 아름다워지는 시간

작년 10월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열심히 PT를 받다가, 수술 2주 이후부터 몸의 회복을 위해 (유연성과 근력 회복이 시급했다) 우선 급한 대로 집에서 간단한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어제 토요일 밤과 오늘 일요일 오전에도 요가를 하면서 몸을 최대한 쭉쭉 펴고 늘리고 버티는 시간이 꽤 힘들지만 정말 행복했다.

어렸을 때 살을 빼느라 수영도 해보고 PT도 꽤 오래 받고, 또 남들 다 하는 필라테스도 꽤 오래 다녔다. 하지만 딱 지금의 나에게 가장 행복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없고, 또 몸이 가장 좋다고 느끼는 운동은 달리기와 요가다. 둘다 공통점은 내 앞에서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없다는 것인데, 여기서 사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 것을 엄청나게 느끼고 있다. 어떤 운동을 수업을 받더라도 나는 배우는 기쁨보다 선생님에게 혼나는 게 더 싫었던 것 같다. 유일하게 내가 요령을 피우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열심히 배우면서 나름 오래 다녔던 우리 귀엽고 예쁘고 섹시한 필라테스 선생님은 도곡동에 있었는데, 이제 이사를 오고부터는 필라테스를 하러 도곡동까지 가는 건 포기하고 우리 동네에 있는 두 개의 필라테스 센터를 모두 한차례씩 다녀보았지만 결국 모두 선생님이 너무 안 맞아 포기하고 말았다. 선생님을 쉽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까탈스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혼나기 싫으니까 수업 내내 요령을 피우다가 수업이 끝나 버린다는 것도 아주 문제였다. 

수술 전에는 단기간에 근육을 조금이라도 만들고 입원하기 위해서 PT를 했지만, 역시 나같은 극I가 소중하게 챙기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또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도 나에겐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퇴원 3주 후 피주머니를 떼고 운동이 가능해졌을 때, 우선은 무리하지 말자 싶어 추워지기 전까지는 밤마다 나가서 동네 천을 따라 걷고, 쉬운 요가부터 거실에서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하고 강도를 올리다 보니 이제는 유튜브 에일린 쌤의 영상을 틀어놓고 대부분의 동작을 영상을 보지 않고 거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요가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혼자 집에서 요가를 자주 하는 습관이 생기니, 정말 너무나도 많은 장점들이 있다. 우선 일을 끝낸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자유롭게 요가를 할 수 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에 돌입할 수 있도록, 거실에는 요가 매트를 항상 세워두고 옷방 서랍 하나에는 깨끗하게 세탁한 요가복 여러벌을 항상 보관해 두고 있다. 그때그때 운동의 강도나 시간은, 에일린 쌤 영상 중에서 원하는 것으로 고르고 영상을 시작할 때 나에게 약속한 그 운동 시간 (너무 피곤할 때는 15분 이내의 영상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20-40분 사이의 근력 운동 위주 영상으로 하고 있다) 동안은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한다. 요가를 하다 보면 운동이라기보다 명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균형을 잡고 자세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내 몸만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나에게 가득 차기 때문이다. 호흡을 할 때도 들숨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 몸에 가득 채우고, 날숨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모두 불어 내보낸다고 상상을 하는 것도 머리를 맑게 하는 데에 놀랍도록 큰 도움이 된다. 힘들지만 뿌듯하게 요가를 하고 마무리 호흡으로 정리할 때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과 내 몸에 짧은 시간이나마 열심히 정직하게 쏟은 노력이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차곤 한다.

오늘(일요일) 아침에는 어제 약간 과음의 탓으로 간단한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풀었는데, 오늘 밤에는 짧게라도 약간 강도있는 근력 코어 운동 위주로 요가를 골라서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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