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빌런이 없다면, 내가 빌런

나이와 예의의 무상관관계

by 중년의 모험가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자리의 나이 지긋한 커플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하지 않았지만, 너무 조용한 주택가 카페라 두 분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대화를 나눈다기보다 남성분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여성분은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 상황에 가깝다. 조용한 공간은 어느새 두 사람의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가끔 손님이 오갈 때 들리는 직원들의 높은 톤의 응대만이 그 소리를 잠시 덮어 줄 뿐이다.


문득 남성분이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여기 손님이 있는데 조용히 좀 해요. 교육을 그렇게 받았어요? 여기 사장 어디 있어요?”


카페에서 가장 시끄럽던 사람이 오히려 직원들을 타박하는 모습이 꽤나 뜬금없다. 매장은 한층 더 조용해졌고, 그 순간부터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던 그들의 대화가 더욱 또렷하게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자리에 앉은 배우자, 형제, 부모, 옆집 사람까지, 두 사람의 대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만의 대상이다. 매장 직원들에게 쏟아낸 버럭 거림은 오히려 애교에 가까울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악의와 불평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평온한 주말 오후에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단순한 소음보다도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무료하게 흘러가던 주말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긴 듯해 묘하게 흥미롭기도 하다.


문득 생각한다. 저분들의 불만 가득한 말들은 정말로 주변 사람들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결과일까, 아니면 그런 말과 행동을 일삼으며 살아온 탓에 결국 주변이 불만투성이로 보이게 된 것일까.


“주위에 빌런이 없다면 내가 빌런”

이라는 농담 같은 말이 있다.


오늘의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아마 저분들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세상에 대한 불만은 끝이 없을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잠시, 그분들이 내는 또다른 소음이 들린다. 한두 번씩 빈 커피잔을 빨대로 쭉쭉 빨아들이는 소리, 쩝쩝거리며 빵을 먹는 소리, 비닐을 구겼다 폈다 하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따라붙는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예의라는 감각 없이 자기 불편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싶다.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고 보니, 사람은 언젠가 저런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삶의 지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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