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만들어준 독서 리스트
유튜브 알고리즘은 참으로 기묘하다. 무심코 화면을 넘기던 내 눈앞에 ‘50의 태도’라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 하나를 툭 던져놓았으니 말이다. 40대 후반, 어쩌면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내게 ‘5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나이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유튜버의 차분한 소개에 홀린 듯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검색대 앞에 섰지만, 머릿속에 남은 건 오직 ‘50’이라는 숫자뿐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검색해 보니, 역시나 내가 원하던 책은 이미 대출 중이었다. 나처럼 유튜브를 보고 달려온 사람이 많은 건지, 아니면 원래 인기가 많은 책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대신 서가에 꽂혀 있던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그 책을 반납할 때까지도 원하던 책은 여전히 대출 중이었고, 나는 문득 집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책 한 권을 떠올렸다.
‘50대를 위한 시작하는 습관’.
내 소유의 책이니 마음 편하게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어 내려갔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저자가 내가 최근 읽었던 ‘버리는 용기 100’의 저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는 100가지를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99가지 습관을 적어놓았다. 100이라는 숫자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분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주말이 되어서야 마침내 도서관에서 처음에 찾던 ‘50의 태도’를 빌릴 수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50’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책을 연달아 세 권이나 읽고 나니, 나는 어느새 50대를 아주 비장하게 준비하는 ‘진지한 아저씨’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50대를 다룬 책 세 권을 독파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나 자신을 대견해하던 찰나, 문득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이 책들을 읽어서 변한 걸까?"
사실 나는 요즘 일주일에 1.5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마음의 그릇을 넓히고 있고, 서툰 글솜씨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책 속의 저자들이 강조하던 ‘50대에 필요한 태도’들은 내가 이 책들을 읽기 전부터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이 깨달음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태도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지혜들은 비단 50대를 목전에 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성인이라면, 아니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들이었다. 독서하고, 기록하고, 몸을 움직이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 이것은 20대에게도, 70대에게도 똑같이 유효한 삶의 방식이다.
결국 50대 관련 책 세 권이 내게 남긴 것은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내 나이보다 한 발 앞서 걸어간 인생 선배들의 책을 펼쳐볼 생각이다. 꼭 50이라는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보다 조금 더 앞선 이야기들을 미리 접해보았으면 좋겠다. 그 속에 담긴 경험과 지혜는 우리가 막연한 미래를 향해 걸어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지도가 되어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다가올 50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단단하게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