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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May 21. 2024

임신 11주 차 입덧기록

사람은 참 간사하다. 불과 한 달 전에는 말할 기력도 없고, 하루종일 기절하듯 잠만 잤는데... 이제 10주 차 들어서면서 약간의 에너지가 차고 입덧 증상도 나아졌는데... 난 여전히 불만투성이다.


잠이 쏟아지던 증상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체력은 바닥이어서 설거지 한번 하면 몇 시간 누워서 쉬어야 하고, 깨어는 있지만 핸드폰으로 도파민 마사지(?) 받는 것 외에는 딱히 생산적이 그 어떠한 일도 하지 못한다.


입덧은 먹덧(경악스러운 공복감)과 울렁거림의 강도가 훨씬 참을 만한 정도로 낮아졌지만 증상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서... 이마저도 짜증스럽고, 힘들다. 어제보다 증상이 견딜만하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그저 더 나은 내일만을 계속해서 원하고 기다릴 뿐.


오늘은 메슥거림이 전날보다 심해서 조금 고통스러웠다. 특히, 입덧증상이 생긴 이후로 먹을 때 말고는 계속 누워있다 보니 자연스레 위염증상이 생겨서 속 쓰림도 상당했다. 하루종일 트림에 방귀에... 말만 안 했지 앞뒤로 시끌시끌하다.


하아... 아직도 11주 차라니. 언제 40주까지 기다리나... 한숨만 나온다.


내일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 위주로 조금씩만 먹어봐야겠다. 먹덧 때문에 위에서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서 꼭 과식을 하게 되는데... 내일은 위가 찬 느낌이 들지 않더라도 적당량을 체크하고 그 이상은 먹지 말아야지.


체력이 조금 붙어서 다음 주에는 슬슬 수업을 한 두 개 정도 다시 시작해볼까 싶다. 마음 같아서는 출산 이후까지 한 1, 2년 오롯이 쉬고 싶지만... 남편이 도와주질 않는다. 첫 아이 출산하고 2개월 차였나? 그때 별안간 퇴사해 버리고 여태 자아 찾기 중인... 우리 금쪽이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찬찬히 풀어봐야지.


12주 차는 본격적인 안정기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16 주차되면 입덧이 거의 없어진다고(그러나 이것도 사바사. 어떤 이는 막달까지 입덧을 했다는 무시무시한 풍문...) 하니 하루하루를 도 닦는 심정으로 버텨보자!


그래도 지난주 금요일에 뱃속에 둘찌가 팔, 다리도 길쭉길쭉 생겨나고 주수에 맞춰 잘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봐서 신기하고 다행스러웠다.



지금 이 고생이 너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니 힘들어도 푸념은 여기에 조금 풀어놓고, 이 엄마 잘 견뎌볼게. 우린 부디 건강하게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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