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차부터 서서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12주 차에는 처음으로 '극강의 고통'에서의 해방을 느꼈다. 다만 그 불편함 정도가 참을만해졌다는 것이지 완벽하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잠이 쏟아졌고, 가끔씩 울렁거렸으며, 배부른 느낌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기 일쑤였다.
13주 차에는 잠시 그만두었던 온라인 수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감사하게도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계셨다.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왔다는 판단이 들어,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연락을 돌렸다.
몸이 아파 쉬는 동안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올초에 신규 학생 모집에 조금 애를 먹어서 지치기도 하고 일이 고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다 보니 그 고된 일상이 어찌나 그리운지. 그리고 뒤늦게서야 몰아치는 감사함.
사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교육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내 인생에서는 신의 한 수라고 할 정도로 행운이었다. 근무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고(그냥 집에서 바로 일할 수 있기에!) 근무시간도 비약적으로 줄었으며(이동시간 없고, 수업 후에는 컴퓨터만 끄면 바로 내 생활을 할 수 있다!) 급여는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갔다(교통비나 기타 잡비가 거의 없음으로!).
이렇게 감사할 것 투성이었는데 가끔씩 오는 스트레스 상황으로 그 감사함을 잊고 있었다는 게 몹시 부끄러웠다.
임신 초기가 너무도 힘들어서 하루하루 무기력과 고통과 싸워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러한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저 아프지 않고 살아 숨 쉬며 누리는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임신 13주 차까지도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다. 당장 다음 주에 수업 복귀를 약속했기에 조금 불안함 마음은 있었다. 혹시 다시 수업을 시작했을 때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면 어쩌지? 하지만 항상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평소의 나답게 불안해하면서도 '다 잘 될 거야!' 하는 믿음이 있었다.
드디어 대망의 14주 차! 입덧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어서인지 완전한 정상 컨디션에 가까워짐을 느꼈다. 심지어 다시 시작한 수업들을 소화하고 나서도 힘이 남을 정도였다!
반가운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시간에도 속력이 붙었다. 집에만 누워있던 6주 차부터 13주 차까지는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 체감상으론 이 정도면 출산일이 머지않았을 것 같았다. 하하.
그렇게 15주 차인 현재까지 나는 일상을 회복했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이젠 정말 유산의 걱정은 1g도 없이 행복한 임신 중기에 접어든 것 같다.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벌써 임신하고 나서 7kg이 쪘다는 것이다. 초반에 먹덧의 영향과 하혈 때문에 누워만 있었던 탓이다. 살찌는 것은 괜찮다. 출산하고 다시 잘 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무게가 늘면 손목이나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서 혹여 출산 전에 염증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된다.
이미 첫째 출산 직전에 손목이 나가서... 크게 고생했던 전적이 있기에 더욱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먹덧이 끝나서 이제 미친듯한 허기도 느끼지 않고, 먹으면 먹는 대로 적당히 포만감이 느껴져서 다행이지만... 입맛이 너무 좋아져서 삼시세끼 맛있는 음식으로 배물리 먹고 싶은 마음에 괴롭다.
어제 결심한 것은 아침과 점심을 맛있게 챙겨 먹고 저녁을 먹지 않거나 아주 간단하게 하는 것이다. 어제는 점심을 너무 든든하게 먹었는지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도 별로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잘 수 있었다. 당분간은 이렇게 몸무게 유지를 해보자!
행복한 임신 중기 이제 시작이다! 뱃속의 우리 아가 호랭아~ 엄마랑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