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왔니?
점점 파도 소리가 가까워진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바다내음.
바다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신비롭지만 그 깊은 곳엔 무엇이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인 바다.
그리고 여러 감정들이 물결처럼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잔잔하게 요동친다.
어제 드디어 제주도로 이주를 했다.
짐 정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미묘한 감정 속에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냈다.
3~4일의 짧은 일정 속 제주, 한 달 살기 속 제주 그리고 이주지로써의 제주는 느낌이 분명 달랐다.
올 때의 설레는 감정이 공통점이라면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의 아쉬움은 더 이상 없는, 기약 없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다음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였다.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왔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알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가는 길엔 마치 가까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바다가 격하게 환영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파도에 시원하게 한번 맞기라도 해야 할까)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분명했다.
적당한 카페를 찾아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단 무덤덤하고 여기서 계획한 것들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흔들리지 말자라는 긴장감 속에 이주 후 첫 글을 짧게나마 써본다.
20대 중반부터 이러한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 놓여 왔던 것 같다. 스스로 그런 환경 속에 놓이는 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재밌었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힘들기도 했다.
나는 이런 표현을 즐겨 쓰곤 한다.
"매우 재밌을 예정"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재밌을 것 같다는 의미이다.
이번 제주도 이주라는 결정은 어쩌면 내게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늘 그렇듯 매 순간을 즐겨보자. 그러면 역시나 앞으로도 매우 재밌을 예정이다
집 근처 바다.
아직은 낯선 바다.
그리고 점점 익숙해질 바다.
나의 바다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