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채집- 아직 정리 중입니다

연말의 감정

by 김온지



매년 연말과 새해가 다가오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싱숭생숭해진다. 더 이상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한 해가 다 끝났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수많은 고민들, 새로운 해를 앞두고 있다는 설렘과 함께 느껴지는 덧없는 막막함. 그렇게 뒤섞인 감정들 속에서, 나는 매년 연말마다 조금 둥둥 뜬 사람이 된다.


연말이 되면 꼭 나 자신을 돌아본다. 올해 나는 얼마나 잘 살았을까. 새해에 정해둔 목표는 다 이뤘을까. 잘 살아온 시간과는 별개로, 결과만 꺼내 놓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


SNS 속에는 반짝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다들 한 해를 알차고 멋지게 보낸 것 같은데, 나는 작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아 괜히 어깨가 움츠러든다. 다음이 없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시기라서,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이 나를 콕콕 찌른다.


24년 1월 1일, 25년도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 년 전의 내가, 일 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몇 년 전부터 이걸 의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편지는 새해를 알리는 타종 소리와 함께 한 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한 번 더 읽는다.


일 년 전, 편지 속의 나는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불안이 글에 그대로 묻어날 만큼 지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 년 후의 나의 행복을 가장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제발 조급해하지 말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내가 지금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그때의 나에게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편지를 통해 다시 알게 됐다. 보잘것없다고만 생각했던 일 년이, 사실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온 시간이었다는 것도.



어쩌면 연말은 정리의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믿어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마음도, 끝내지 못한 일들도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자책 대신, 그동안 잘 버티고 살아왔다는 말로 마음을 안아준다. 후회와 고민이 가득한 연말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


확실한 건, 성장이 없는 줄 알았던 나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년의 나는 또 어떤 편지를 쓰게 될까. 미래의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지며 올해를 보낼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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