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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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들과 대중교통을 타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동생과 내가 자란 이후로 가족끼리 대중교통을 타고 외출하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가는 내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 이상했다.
엄마는 아빠랑, 나는 동생이랑.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익숙한 조합으로 둘씩 짝지어 자리에 앉았다. 다 커버린 몸이었지만, 마음은 어린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기분은 서서히 선명해졌다. 밥을 먹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내내, 어딘가 그리웠던 감정이 맴돌았다. 우리는 밥을 먹고 피규어샵으로 향했다. 동생과 나는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가 있기에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갖고 싶은 걸 하나씩 고르라고 하셨다. 그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어딘가 울컥했다. 어른이 된 나이인데도, 그 한 마디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어린애처럼 들떴던 것 같다. 동생이랑 나란히 서서 이건 어떠냐, 저게 더 멋있다 말하며 열심히 골랐다. 내 손에 온 선물보다 아무 걱정과 고민 없는 어린이가 된 것 같은 순간이 훨씬 소중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선물 받는 행위가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수한 날이 아니어도, 어른들은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쥐어주곤 했다. 하지만 점점 선물은 기념일에만 챙기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받기보다는 고르는 쪽이 더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날의 나들이가 더 마음을 두드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충분히 자랐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직도 그런 선물 하나에 뛸 듯이 기뻐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오랜만에 즐겼던 가족과의 시간은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특별한 말과 행동이 없었는데도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이 또렷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선물로 받은 피규어를 방에 전시했다. 내 공간에 또 하나의 추억이 들어찬 걸 보니 방이 조금 더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온전하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였다. 꿈같이 찾아온 선물도 좋았지만, 왠지 모를 용기도 함께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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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선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버거웠다.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와 학생이라는 직책이 하나씩 사라질수록, 내 길을 정하는 게 무섭기도 했다. 세상에서는 늘 이유를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그런 계산이 잠시 느슨해진다. 잘해야 한다는 기준도, 사회가 정한 어른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도 내려놓게 된다.
나는 아직도 많이 서툴고 여전히 많은 바방황 중이지만, 그날만큼은 그게 옳은 일이었다. 가끔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