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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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과 새해가 다가오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싱숭생숭해진다. 더 이상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한 해가 다 끝났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수많은 고민들, 새로운 해를 앞두고 있다는 설렘과 함께 느껴지는 덧없는 막막함. 그렇게 뒤섞인 감정들 속에서, 나는 매년 연말마다 조금 둥둥 뜬 사람이 된다.
연말이 되면 꼭 나 자신을 돌아본다. 올해 나는 얼마나 잘 살았을까. 새해에 정해둔 목표는 다 이뤘을까. 잘 살아온 시간과는 별개로, 결과만 꺼내 놓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
SNS 속에는 반짝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다들 한 해를 알차고 멋지게 보낸 것 같은데, 나는 작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아 괜히 어깨가 움츠러든다. 다음이 없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시기라서,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이 나를 콕콕 찌른다.
24년 1월 1일, 25년도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 년 전의 내가, 일 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몇 년 전부터 이걸 의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편지는 새해를 알리는 타종 소리와 함께 한 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한 번 더 읽는다.
일 년 전, 편지 속의 나는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불안이 글에 그대로 묻어날 만큼 지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 년 후의 나의 행복을 가장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제발 조급해하지 말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내가 지금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그때의 나에게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편지를 통해 다시 알게 됐다. 보잘것없다고만 생각했던 일 년이, 사실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온 시간이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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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연말은 정리의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믿어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마음도, 끝내지 못한 일들도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자책 대신, 그동안 잘 버티고 살아왔다는 말로 마음을 안아준다. 후회와 고민이 가득한 연말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
확실한 건, 성장이 없는 줄 알았던 나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년의 나는 또 어떤 편지를 쓰게 될까. 미래의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지며 올해를 보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