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채집- 고양이가 알려준 감정

사랑의 감정

by 김온지



2017년 겨울, 아기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친한 이모가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인지라 강아지나 고양이가 옆에 있으면 몸이 경직되곤 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고양이는 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희고 보송보송한 털이 그 작은 몸에 다 뒤덮여 있었다. 너무 작아서 안아주는 것도 겁났다. 들어 올리면 부서질까 무서워 가만히 만져주기만 했다. 낯선 사람이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했다. 주인도 아닌데 괜히 놀러 와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이런 서툰 나를 잘 따라주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법을 몰랐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요리조리 흔들어 봤지만 고양이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귀엽고 치명적인 매력에 자꾸만 욕심이 났다. 나를 더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갔던 것 같다. 그날 나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내 후드티 끈이 흔들리자, 고양이가 후드티 끈에 호기심을 보였다. 이거다, 싶은 마음에 끈을 잡고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이런 내 노력에 화답하듯 고양이는 열정적으로 놀아주었다.


너무 뿌듯했다. 이런 마음이 드는 내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지막 동생이 생긴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를 떠올리면 괜히 기분이 말랑해졌다. 나는 원래도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성격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주하기 전에 덜컥 겁부터 먹는다. 이건 아기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겁이 많은 편이라 작은 소리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런 친구가 몇 번 보지도 않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게 너무 고마웠다. 서툰 손길에도 도망가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임에도 조심스레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이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렸다. 동물과 유대감을 쌓는 일이 이렇게 따뜻한 거라는 걸 아기 고양이를 통해 처음 알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 아기 고양이는 이제 어엿한 형 고양이가 되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 한 번 시기가 길어지면 6개월 만에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를 잊지 않고 여전히 좋아해 준다. 내 뒤만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만져달라 애교도 부린다. 내가 뭐라고 이 작은 생명에게 사랑을 받는 건지.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마음이 자주 움츠러드는 내가, 고양이와 함께하며 조금씩 펼쳐지기 시작했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움, 나를 알아보고 달려오는 작은 발소리, 엉덩이를 붙여올 때 느껴지는 체온 같은 것들이 마음 깊은 곳을 서서히 채웠다.


고양이는 아직도 내가 만든 끈 장난감을 제일 좋아한다. 아기 때 후드티 끈으로 놀아줬던 기억이 강렬했는지, 다른 장난감에는 반응도 잘 안 한다. 나무젓가락에 새 신발끈을 돌돌 말기만 했을 뿐인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잘 놀아줘서 고맙다. 내 손에 머리를 부딪혀오며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릴 때 가장 행복해진다. 촉촉한 코가 살포시 닿으면 광대가 절로 올라간다.



사람과는 다른 형태의 다정함과 사랑을 고양이가 말없이 건넸다.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나도 더 큰 사랑을 주고 싶어진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나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한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아주 조용히 나를 붙잡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고양이는 나에게 사랑받는 법을 알려준 동시에, 사랑하는 법도 가르쳐준 소중한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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