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채집- 혼자만의 고요

혼자 있을 때의 감정

by 김온지



유독 편안하고 자주 찾게 되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잔잔해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머무를 수 있는 나만의 장소. 나에게는 도서관이나 서점이 그런 존재이다.


다른 장소들에서는 괜히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곤 하지만 이 두 곳만큼은 언제 가도 편안하다.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라기보다는, 조용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우리 집 근처에는 대형 도서관이 있다. 꼭 책을 읽고 싶을 때만 도서관을 찾는 건 아니다. 심심할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복잡하거나 공부할 때도 나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 신기하게도 나라는 사람이 조용히 또렷해진다. 다른 누군가와 말하지 않아도 되고, 신경 쓸 것 하나 없이 오로지 나만 즐길 수 있어서 그런 것일까. 조용한 공간에서 나와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발걸음 소리, 타닥타닥 노트북 타이핑 소리. 조용한 공간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도 나를 즐겁게 해 준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소리들이 모여 복잡한 생각도 잊게 해 준다. 가만히 자리 하나 잡고 앉아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면 나도 그 소리의 일부분이 된다.


서점은 또 다른 의미의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일단 서점에 들어가면 나는 냄새부터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도서관과는 다른 고요함 속 웅성거림이 잡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책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채워지는 기분이다. 이 책들이 다 내 방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짓기도 한다.


서점은 보물창고 같다. 신간 사이를 구경하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렇게 책들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며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감정들은 다 정리가 되어있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 혼자 있는 순간에만 알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도 좋지만, 결국 나를 제일 잘 돌볼 수 있는 건 혼자만의 시간인 것 같다. 예전에는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무서웠다. 괜히 주눅이 들고, 눈치가 보이고, 혼자인 내가 유난히 튀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한 번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혼자 있을 때만 보이는 내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생기가 도는지, 어디에 마음에 오래 머무는지. 남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순간.


이런 사소한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건 모두 혼자 보낸 시간 덕분이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나는 더 솔직해졌다.


이렇게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내 삶을 조용하지만 오래 다독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