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채집-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이유

설렘의 감정

by 김온지


설렘: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



설렘은 늘 현실보다 한 발 앞서간다. 새로운 만화책을 읽을 때도, 콘서트에 갈 때도, 가챠를 돌릴 때도 늘 설렘이 먼저 내 기분을 결정한다. 어쩌면 이 세 가지 순간이 내가 얼마나 쉽게 설렘에 물드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보다 설렘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것에 쉽게 기대하고, 무언가에 빨리 꽂히기 십상이다. 마음은 늘 들떠 가라앉을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혼자 앞서서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 나를 보며 스스로가 유난스럽다고 느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이 감정이 삶에 색다름을 가져다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덕분에 오히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성격이 됐다.


내 심박수는 가챠 머신 리더기에 카드를 꽂아 넣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가장 빨라진다. 손끝이 괜히 떨리고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원하는 게 나올 것 같다는 확신도, 제일 갖고 싶지 않은 게 나올 것 같다는 불안도 공존하는 순간. 띠롱띠롱 혼을 쏙 빼놓는 효과음이 나올 때, 가장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심장은 빠르게 두근거린다. 상대적으로 운이 안 좋은 나는 많은 옵션 후보들 중에 늘 '이것만 아니면 돼!' 하는 것이 자주 나왔다. 그럼에도 랜덤 가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동글동글한 캡슐이 나오기 전 찰나의 두근거림이 좋기 때문인 것 같다. 결과가 어찌 됐든, 그때만의 설렘과 재미가 나를 또 웃게 만드니까.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공연을 보는 중보다, 보기 전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가장 설레는 것 같다. 공연 시간이 되자마자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던 노래가 순식간에 커지고, 팬들의 함성으로 공연장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 나는 무대에 서는 가수도 아닌데 그 함성 소리를 들으면 온몸에 소름이 먼저 돋는다.


큰 노래와 함께 커지는 함성을 듣고 있으면 내가 살아있음을 직설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이 공간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설렘은 늘 나를 바보로 만든다. 필요 이상으로 기다리게 하고,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게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생각만으로도 들뜨고, 두근거리는 일이 사라진다면 살아있다는 감각도 흐려질 것 같아서. 설렘이 있는 순간의 내가 더 살아있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라 여긴다.


잠시라도 두근거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앞으로도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면서도 설렘이 있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