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역니은 Oct 05. 2023

일본여행 1일 차

첫 도쿄여행을 떠나다

** 사진이 많이 첨부된 글은 블로그에 따로 있습니다 **



새벽에 출발하는(아침 일곱 시 오십 분이니까 새벽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공항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서 족히 새벽 여섯 시 반(이건 진짜 새벽이라고 할 수 있지)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전전날, 전전전날부터 킴이 나를 채근했기 때문에 지겨워지기도 했거니와



아니-그럼 내가 비행기를 놓칠 거란 말이야-싶은 반발심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 여섯 시부터 일어나 포도를 알알이 뜯어 씻은 다음 아침으로 몇 개 먹고 남은 송이에 달린 포도는 락앤락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앞으로 5일간 집을 비우기 위해 전날 이미 음식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치워둔 상태여서 개수대에 축축한 포도껍질을 버리고 가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킴이 그걸 굳이 언급해서 안 그래도 내가 찔려하던 부분을 콕 찔렀기 때문에 좀 못난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대응했다(어쩌라고······요즘 말로 바꾸면 어쩔 TV려나······이것조차 요즘 쓰이는 말은 아닌 것 같은).



일어나려고 했던 시간부터 삼십 분을 일찍 일어났으므로 일곱 시 삼십 분 공항버스를 탈까 하다가 좀 기다려서 원래대로 일곱 시 오십 분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십 분 정도 미리 왔으므로 시간을 딱 맞춰오지 않길 잘했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사님이 버스에 캐리어 실어주는 걸 다 보고서 버스에 오른 뒤 디즈니 플러스에서 하는 OTT 드라마 무빙 마지막 바로 전화를 보면서 공항으로 갔다. 밖에는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참이었다.



평소에 떠나기 전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먹는 식사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공항에서 아침을 먹고 오전 11시 비행기를 탑승할 계획이었는데 동행자 킴이 아침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굴어서 좀 초를 쳤고······



인천공항 2층 푸드코트에 라떼킹이라는 카페가 있길래 평소 자칭 '얼죽아라(얼어 죽어도 아이스 라테)'파로써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킴을 끌고 2층까지 가서 꿀이 들어갔다는 허니라테를 주문했고, 꼭 '덜 달게' 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직원이 컵의 1/4이 좀 넘게 꿀시럽으로 보이는 끈적한 황금색 액체를 주르르 붓기에, 저렇게 부으면 틀림없이 달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만들어져 나온 커피를 그대로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는데 역시나 너무 달아서 한 모금 한 모금 넘기기가 힘들 정도였다(원래 단 음료는 목구멍에 질척거리는 기분이 들고 입에 쩍쩍 달라붙는 것 같아서 잘 못 마신다).



동행자 킴은 그걸 마시고 나서 혹시 음료를 더 달게 해달라게 했느냐고······반도 안 마신 음료를 그대로 반납하고 입국수속을 하러 갔다.



입국수속을 하고 나서도 출국 게이트가 있는 곳곳에 편의점이며 파리바게트 등이 보였고 수속 전에 인천공항 1층에서도 보았던 잠바주스가 하나 더 있었다.



1층에 있는 잠바주스에는 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판매하고 있었고, 또 다른 잠바주스에도 주스를 짜내는 기계 옆에 샌드위치가 좀 쌓여있기에 저것도 판매하려는 것이겠지 하고 그걸 먹으려고 했지만 키오스크에는 내가 먹으려던 샌드위치(바게트 사이에 햄과 야채 따위를 끼운 것)가 없었다.



저건 안 파나요, 했더니 그건 팔기까지 두 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이미 다 만들어진 채로 쌓여있는데 대체 왜, 하는 의문과 약간의 짜증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나(배가 좀 고팠다) 안 팔겠다는데 내가 뭘 어째······싶어서 돌아섰다.



동행자 킴은 '노 브레드!'를 강력하게 외치고 잠바주스에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시기로 했으므로 혼자서 파리바게트와 편의점에선 뭘 파나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편의점은 텅텅 비어있었고(아침 비행기 탑승자들이 다 사갔나?) 파리바게트는 흥미가 가는 게 별로 없고 해서 다시 그, 샌드위치를 쌓아놨지만 팔지는 않는다는 잠바주스로 돌아왔다.



동행자 킴은 블루베리 스무디를 쪽쪽 빨고 있었는데 나도 음료를 한잔 더 할까 싶었지만 라테를 사놓고서 반도 안 먹고 반납한 이후라 음료를 한 잔 더 마시는 건 영 양심에 찔렸고(지구에도 좋진 않겠지만 지갑 사정을 더 고려했다), 결국 잠바주스에서 파는 호밀식빵 샌드위치를 사 왔다.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것 같긴 했지만 비행기를 11시에 타면 점심시간이 한참 넘기고 나서야 일본에 도착할 거고,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도 꽤 오래 굶을 거라는 걸 고려해서 뭐라도 먹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샌드위치 두 쪽이 들어있는데-하나를 반으로 갈라서 두 개를 넣어놓은 것-그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킴이 가져가 먹었고, 빵은 안 먹는다며? 하는 마음이 불뚝 들었지만······식탐보다는 사랑이지······하는 마음이었다.



남은 무빙을 다 보면서 일본에 도착했다. 입국수속 시간이 과연 듣던 대로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겁먹었던 것보다는 빨리 끝났다.



킴이 스카이나라를 끊는 동안 티켓 부스 옆에 딸린 아주 조그만 편의점에서 이름 모를 떡이며 빵들 사진을 좀 찍었다. 스카이나라를 끊고 돌아온 킴에게 손 붙들려 기차 타는 곳으로 끌려가며 기차에서 점심 먹기로 했잖아······하고 저항해 봤지만 기차 시간 10분 남았다는데 어쩔 수 없지(짜아식)······.



기차 시간이 생각보다 좀 넉넉하고 가는 길은 오십 분 정도 걸려서 마음속에 배고픔을 동반한 분노가 스멀스멀 일긴 했지만 묵묵히 그와 함께 호텔에 가서 체크아웃까지 하고 나서야



세븐일레븐, 그 유명한 일본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사러 갔다. 원래도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슈퍼나 편의점 구경하길 좋아하는데 여긴 좋아하는 빵도 많고 떡도 많아서 특히 더 좋았다. 요구르트도 하나쯤 꼭 사 먹어 보리라 다짐했지만 출국날까지 하나도 안 먹어본 것은 좀 아쉽다.



달콤하고 끈적한 간장소를 뿌린 떡-미타라시 당고-도 사고, 마요네즈와 콘소스를 넣은 콧페빵도 사고, 촉촉하고 속이 꽉 찬 계란 샌드위치도 샀고 여행 후기를 쓴 블로그에서 자주 봤던 카페오레 병음료도 사고,



킴은 명란 삼각김밥과 UFO 라면을 샀다. 일본에서 파는 빵은 한국에서 먹던 것에 몇 배는 맛이 찐-해서 눈뜨고 몇 시간 동안 먹은 거라고는 포도 몇 알, 샌드위치 반쪽, 라테 몇 입밖에 없는 허기가 있음을 감안하고서라도 감동이 몇 배는 더 크게 배가 되어 입으로 위장으로 돌아왔다.



당고는 너무 물컹해서 세 개 정도만 먹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냉장고에 한참 있다 꺼내 먹으니 오히려 좀 굳어서 찰기가 더해지니 맛이 좋았다.



그렇게 1차로 오후 네시 반쯤 해서 저녁을 한 번 먹고, 킴은 첫날부터 곯아떨어져서 몇 시간 자다 일어났고, 1일 차 저녁은 그냥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먹자 싶어서 다시 편의점으로 간 다음에



킴은 다시 명란 삼각김밥과 닛신 컵라면을, 나는 다시마조림이 들어간 삼각김밥을 사 와서 남은 계란샌드위치랑 같이 저녁으로 다 먹고 주변을 산책한 다음 둘 다 내일을 기약하며 사우나를 한 다음 일찌감치 자기로 했다.



자기 전 호텔에 딸린 대욕탕에서 사우나도 하고 야외온천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별생각 없이 훌훌 벗던 것도 외국에서 벗으려니까-동양인들끼리인데도-조금 더 부끄러워져서 웃겼다.


작가의 이전글 휴직과 복직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