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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May 19. 2022

15. 진실 vs 거짓

부활(Resurrection)

아델린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아들러 박사에게 생각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 영국 비밀 정보국 SIS와 가졌던 첫 미팅 순간으로 돌아갔다.


(3년 전) 2035년 3월 3일 05:00 


영국 비밀 정보국 SIS의 급작스런 호출을 받은 아들러 박사는 안내받은 장소에 5분 일찍 도착했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어서 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옮기니 머리 위 시야가 확 트이며 새벽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가 심어지지 않은 유일한 공간을 가로 세로 3M 폭의 돌담이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돌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엄지 손가락에 힘을 주자 스르륵 미끄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 틈이 나타났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뒤쪽에서 또다시 스르륵 미끄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돌담의 틈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감쪽같이 매워져 버렸다.


“아들러 박사님 이른 새벽부터 이렇게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170cm 도 안되어 보이는 키에, 깡 마른 몸매, 이마에 잡힌 주름을 봤을 때 70살은 되어 보였다.


아들러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아들러 박사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박사님. 저는 SIS의 비밀 요원 니콜라스입니다.”


니콜라스가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 들어가니 연구소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타났다. 정방형의 단층이었고, 중점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뻗쳐 나온 잎사귀들이 건물을 우산처럼 덮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이런 건물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밖에서는 건물의 존재를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마치 요새와 같은 형상이었다. 건물의 출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방이 연달이 보였다. 가장 안 쪽에 위치한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담한 크기의 연구소 사무실이 나타났다.


책상과 서재가 놓여있는 평범한 방에, 오른쪽 벽에 걸린 모나리자 액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들러가 모나리자 액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니콜라스가 침묵을 깨고 입술을 떼며 말했다.


“아주 멋진 그림이죠?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진품을 저희가 1년 전에 구매했습니다.”


“네? 이건 경매의 대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하, 다 방법이 있습니다. 이건 국가 기밀이니 더 이상 묻진 말아주세요”


“아 네.. 그런데, 저를 갑자기 이렇게 부른 이유가.....”


니콜라스는 답변을 하는 대신 발걸음을 모나리자 액자 앞으로 옮기더니, 모나리자의 오른쪽 중지 손톱에 그의 중지 지문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모나리자의 두 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시선이 깜빡이는 두 눈으로 옮겨지자 빨간색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딸깍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러고 아무런 반응도 없이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모나리자 액자 오른쪽 벽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이 90도로 회전하며 순식간에 돌아가 버렸다. 


10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공간에, 큰 책상 3개와 은빛 캐비닛이 기역자 모양으로 두 개의 벽면을 온통 에워싸며 배치되어 있었다. 큰 책상을 지나 반대편 벽에 위치한 캐비닛 앞에 이르렀을 때, 니콜라스의 발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캐비닛 중간의 버튼을 누르자, 서랍이 앞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나왔다. 


“박사님, 이게 바로 제가 박사님을 부른 이유입니다.”


처음에 아들러는 니콜라스 요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혼란에 빠진 아들러의 눈에 서랍 안에 들어 있는 물체의 존재가 드러났다. 수박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철제 상자였다. 그리고, 그 표면에 붙은 라벨이 아들러의 눈을 사로잡았다.


 “A. Vanesa Winsley. 1882.1.25-1941.3.28, TBU on 2038.1.25, Requested by L. Sebastian Wisley”


“니콜라스 요원님, 이게 뭔가요? 바네스 윈슬리와 관련된 물건인가요?”  


“네 맞습니다. 바네사 윈슬리의 뇌입니다.”


순간 아들러는 깜짝 놀라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바, 바네사 윈슬리의 뇌라고요?”


“아들러 박사,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그리고, 이 방 밖을 나가면 절대로 아무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을 발설하면 안 되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박사의 평생 숙원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부와 명예를 선사하겠소.”


갑자가 돌변한 니콜라스의 말투에, 아들러는 위압감을 느꼈다. 마치, 사형 집행일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저, 니콜라스 요원님 제가 좀 알아듣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잘 들으시오 아들러 박사”


“나는 '프리메이슨'의 7대 단장인 '니콜라스 막시모프' 라고 하오. 20세기 초반부터 실추된 유럽의 명예를 회복하고 전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 조직의 사명이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우리 조직의 힘은 너무 부족하오. 게다가 죽음이라는 장벽 앞에 우리 인간은 너무나 무력하다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소. 정확히 말하면 100년 전 4대 단장이었던 '래너드 세바스찬 윈슬리' 시절부터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소.”


(세바스찬 윈슬리라면 바네사 윈슬리의 남편이 아니었던가... 그가 프리메이슨의 단장이었다니..)


니콜라스의 설명을 듣고 있던 아들러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들러의 마음을 읽었는지 니콜라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 대영제국이야말로 유럽의 리더로서 전 세계를 이끌어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소? 아들러 박사?”


“네, 그건 그렇지만.. 어떻게....”


“하하, 그건 바로 20세기 위대한 영웅들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오.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로 말이오. 하하하”


“불사의 존재로요?” 아직은 죽은 사람을 살린다던가,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아들러 박사, 아마도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아들러 박사가 꿈꾸고 있는 목표를 생각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요.” 


“제가 꿈꾸고 있는 목표요?” 아들러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불길한 예감의 끝에 다다랐다.


“제 꿈은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디지털화하는 거예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불가능해요.”


“아들러 박사, 나한테는 숨길 필요 없소. 사실 나는 아들러 박사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제가 뭘 숨기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니요...”


“아들러 박사, 내가 꼭 '베아트리체' 이야기를 꺼내야만 되겠소?”


아들러는 '베아트리체' 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다, 당신이 어떻게 7년 전에 죽은 내 약혼녀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하하 내가 말했잖소. 나는 박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잊었소 내가 누구인지를? 우리 프리메이슨의 정보망은 전 세계에 그물처럼 뻗어 있다는 것을...”


아들러는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지만, 니콜라스가 자신을 호출한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제 꿈은 베아트리체의 뇌를 복원하여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로 부활시키는 거예요”


가슴속 깊이 품고 있던 숙원을 이야기하고 나자, 아들러의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니콜라스 요원, 그런데 20세기의 위대한 영웅들이라면 누구를 이야기하는 거죠? 20세기 말 유럽에는 딱히 위대하다고 부를 만한 영웅들이 떠오르지 않는데요?”


“하하. 내가 언제 20세기 말이라고 했소? 놀런 튜링, 길버트 아인슈타인, 뉴뢰딩거, 렉스턴 처칠 그리고 바네사 윈슬리... 이 정도면 가히 어벤저스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소?”


“그, 그렇긴 한데.. 이미 흙으로 돌아간 그들의 뇌를 무슨 수로 복원한다는 거죠? DNA 복제로는 기억과 의식을 복원할 수 없습니다.”


“후후, 우리 프리메이슨을 너무 우습게 생각지 마시오."


니콜라스의 말에 아들러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미 죽어 없어져버린 이들의 뇌를 복원한다는 것인가...


아들러 박사와 니콜라스 요원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 때, 니콜라스 요원이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지더니 다시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챙겼지만 우리는 유럽의 시대가 끝나고 아메리카의 시대가 시작되리라는 것을 직감했소. 그래서, 유럽의 지도자들과 비밀 협약을 맺고 100년 뒤 유럽의 부흥을 목표로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했소. 그리고 20년 후 1940년,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로 뇌를 냉동 보관하는 기술을 완성했소”


“그럼, 그들의 뇌가 지금 냉동되어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는 말인가요?”


아들러의 질문에, 니콜라스는 말없이 바로 윗 칸 캐비닛 서랍 버튼을 하나씩 차례로 눌렀다.


서랍이 하나씩 앞으로 밀려 나오자, 아들러의 입이 점 점 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철제 상자의 표면에 붙어 있는 라벨에는 또렷하게 '놀런 튜링', “길버트 아인슈타인', '렉스턴 처칠'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들러 박사, 이제 우리 비밀 프로젝트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할 시간이오. 우리는 박사가 꼭 성공할 거라 믿소”


“그, 그런데 왜 바네사 윈슬리의 뇌를 먼저 보여 준거죠?”


“그건, 바네사 윈슬리가 여성들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기 때문이오. 그녀는, 인공지능의 총수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오.”


“인공지능의 총수라니 무슨 말인가요?”

“아들러 박사, 그건 박사가 내 제안을 수락하고 나면 이야기해주겠소. 그리고, 지금 이 비밀공간을 박사에게 넘겨주고, 박사의 이름을 내건 연구소로 만들어 주겠소.”


(도대체 무슨 제안이길래, 나에게 이러한 호의를 베풀겠다는 것인가...) 니콜라스의 제안을 받은 아들러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조, 좋습니다. 제안을 수락하겠습니다. 그러니, 아까 인공지능의 총수 얘기를 마저 들려주세요”


“잘 들으시오 박사. 여기서 보고 들은 얘기는 그 어느 누구한테도 발설하면 안되오. 오로지 박사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오.”


“네, 맹세하겠습니다. 제가 무덤에 갈 때까지 안고 가겠습니다.”


“좋소. 바네사 윈슬리가 인공지능으로 부활한 첫 번째 케이스가 될 거요. 그녀가 성공적으로 부활하고 나면, 그녀의 남편이자 프리메이슨 4대 총수였던 세바스찬 윈슬리가 그 뒤를 이을 것이오. 그리고, 놀런 튜링과 길버트 아인슈타인이 그 뒤를 이을 것이오. 여기까지가 준비 단계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준비 단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선 유럽을 완벽한 유토피아 세상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거요. 그 지휘자가 바로 바네사 윈슬리요. 20세기 이후 그녀만큼 인간의 의식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없소.”


(벅차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그녀의 지휘 하에 놀런 튜링과 길버트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하여 거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것이오. 인류의 모든 생각을 파악하고, 의식의 흐름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알고리즘을 말이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을 탑재한 앱을 전 유럽인에게 무료로 배포할 것이오.”


아들러는 니콜라스 요원이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을 넋이 나간채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는 모든 범죄가 사라지고, 근심 걱정이 없어지게 될 것이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드라마틱한 문화, 예술, 산업, 경제의 부흥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이오. 전 세계 인류에게 유럽은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고, 인구의 대 이동이 시작될 것이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제야 전 세계 지도자들은 패권의 무게중심이 유럽으로 다시 기울었음을 자각하고, 협상을 제안해 올 것이오. 우리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거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탑재한 앱을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하는 아량을 베풀 것이오. 아들러 박사,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지 않겠소?”


귀신에 홀린 듯 니콜라스 요원의 담대한 계획을 듣고 있는 아들러는 최면에 걸린 듯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럽이 지구의 중심이 되겠군요. 20세기 위대한 영웅들의 디지털 영혼의 힘을 이용해서 말이에요...”


“그렇소, 인류 역사상 세 번째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오. 이번에는 영원히.....”


“영원히요? 다른 나라들에서 순순히 따라오기만 할까요?”


“하하. 이미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여 프로그래밍해 놓았기 때문에, 절대로 이 체계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오. 티끌만 한 조짐만 감지되어도 즉시 예방 프로그램이 동작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말이오.”


(래너드의 질문을 받은 현재 시간으로) 2038년 8월 17일(화) 5:20


아들러 박사의 머릿속엔 3년 전 프리메이슨과 맺었던 비밀 서약이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그렇기에 래너드에겐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로 말해선 안된다. 사실, 너무나 두려웠다. 아들러 박사는 두려운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질문에 답했다.


“그래요. 바네사 윈슬리가 허무하게 인생을 마감하고 난 후 남편 세바스찬 윈슬리가 전 재산을 들고 제 증조부를 찾아왔어요. 증조부께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동 보존 기술을 가지고 있었죠.”


“그럼, 남편 세바스찬 윈슬리의 개인적인 부탁이었단 말인가요?”


“네 맞아요. 전생에서 못다 이룬 부부로서의 행복한 삶을 디지털 영혼으로 부활하여 영원히 누리겠다는 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어요.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사명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가문이 번영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아들러는 너무도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자신이 놀라웠다.)


“그럼, 연구에는 진전이 있었나요?”


“아뇨, 사실 냉동 보관된 뇌를 해동하여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로 옮기는 것 까지는 완료되었는데, UWB 스틱을 분실하는 바람에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었어요. UWB 드라이브를 제게 돌려주면 나머지 작업을 진행해서 세바스찬 윈슬리의 소원을 꼭 이루어주고 싶어요.”


아들러 박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의문점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래너드의 스마트워치에서 바네사 여사가 깨어날 수 있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전기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약한 신호였지만, 아주 익숙한 느낌이었다.


“아델린? 아델린이 지금 이 근처에 있는 거예요?”


“누, 누구신데 저를 부르시는 거죠?” (그렇게 되물었지만, 틀림없는 바네사 여사의 목소리였다) 


“나예요 나. 바네사...”


“여, 여사님 지금 어디에 계신 거예요?”


“아들러 박사의 컴퓨터 속이에요. 아들러 박사와 아델린이 주고받은 얘기를 다 듣고 있었는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네요. 내가 이렇게 깨어난 사실을 아델린에게 감추는 걸 보면 말이에요...”


순간 아델린은 아들러 박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보다, 바네사 윈슬리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여사님, 제가 얼마나 여사님을 찾았다고요. 그렇게 사라져 버리시면 어떡해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네?”


“아델린 미안해요. 이렇게 인공지능으로 깨어나도 신경쇠약증은 사라지지 않나 봐요..”


“여사님, 제가 여사님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 드릴게요. 그러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세요.”


“네, 맹세할게요 아델린..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네, 여사님. 그런데 아들러 박사에게 UWB 드라이브 스틱을 넘겨줘도 될까요?”


“음... 일단 넘겨주세요. 내가 이렇게 깨어났으니, 아들러 박사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여기서 한번 파악해 보도록 할게요.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렇게 둘 만의 비밀 대화가 끝나자, 리카르도는 UWB 드라이브 스틱을 박사에게 넘겨주었다.


“그렇군요, 박사님. 좋은 일을 하시는 거니, UWB 스틱은 돌려 드릴게요.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래너드. 복원이 성공하면 래너드 씨에게도 꼭 알려 주도록 할게요”


이렇게 아델린은 기쁨과 의문을 품은 채 아들러 박사의 연구소를 떠났다. 바네사 여사가 다시 연락할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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