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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주일 기행 #프롤로그

60대 후반 부부와 이탈리아 붙박이 조카의 한여름 이탈리아 여행

by 벌꿀

#프롤로그


올해 여름에는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물어보는 대화들이 오가던 어느해 로마의 9월말쯤,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확인하니 이모가 보낸 메세지가 반갑게 눈에 띈다.

'내년 8월에 휴가를 이탈리아 북부로 갈까 하는데, 일주일 시간이 괜찮겠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두해 전에 이모와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같이 했던 것이 괜찮으셨던 모양이다. 먼저 이렇게 나서서 오시겠다고 한 경우는 처음이라 반갑다. 내가 십여년을 로마에 머무는 동안 이모는 네번정도 여행을 오셨다.


모레면 마흔이지만 나는 어릴때 마냥 여전하게 이모를 좋아한다. 오랜만에 이 먼곳까지 와주신다니 기쁜 소식이다. 한국 시간이 너무 늦기 전에 통화를 우선 걸어본다.


'야, 일어났나? 내년 휴가 얘기하다가 8월에 이탈리아 북부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데, 니 괜찮다 하면 바로 비행기표 끊고'


거의 일년전에 비행기표를 끊어놓으신다니 오시려는 계획은 정말인가보다.

가보고 싶은 곳들을 정해서 이모부가 동선을 짜기로 하셨다.


내년 8월이면 일년쯤 남았지만 어쨋든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어디를 가보고 싶어하실까. 설레는 맘을 이끌고 나는 부엌으로 가 어제 씻어놓지 않은 모카에 커피찌꺼기를 버린다.



계획



계절이 바뀌는 동안 Natale(크리스마스)와 Capodanno(새해)도 보내고 Pasqua(부활절)과 Pasquetta(부활절 다음날)도 보내고 나니 슬슬 여기저기서 여름에 어디갈까 휴가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모부부는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를 돌아보시고 싶다고 하셨다.

이모는 설레는 여행의 기대를 품으며 소녀처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고 계셨고 비행기표는 밀라노인 로마아웃으로 끊으셨다고 했다.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하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찌 한창 아래쪽에 있는 로마아웃으로 끊으셨을까 의아했는데, 아마도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를 밀라노에서 혼자 다시 로마로 돌아가게 하기는 당신의 맘이 짠하신가보다.


일정은 8월 8일부터 14일 오후아웃 이라고 하셨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기간이다. 이탈리아 한 지역만 보기에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모부가 짜놓으신 일정을 보고 이게 가능할지 싶다. 이모부는 걱정말라며 오히려 내 걱정을 하시며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면 된다고 호방하게 말씀하신다.


일단 노트북으로 구글맵을 켜 마우스 롤을 드르륵 드르륵 거리며 한참 지도를 봤다. 구글맵이 나오고부터 나는 꼭 이유가 없어도 지도를 자주 보는 편이다. 알지도 못하는 지도 위에 적힌 마을들의 이름을 보면서 여기서도 누군가는 잘 살아가고 있겠지 하며 나의 일상을 위로하고는 한다.


이모부가 보내주신 위시리스트 여행 장소들은 방대했다. 아무래도 이모부도 나처럼 구글맵을 보시면서 클릭해서 나오는 이미지들에 현혹되시는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은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이 아주 가끔 일어난다는 것을 이모부께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내 맘 같아서는 하루에 한가지 보는 것으로 충분히 하루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멀리서 오시는 두분은 그렇지 않은게 당연하다.


결국 일정은 일주일 안에 가능할지, 굉장히 의심스러운 루트가 짜여졌다.

우리의 여행은 밀라노에서 돌로미티, 리구리아, 토스카나를 거쳐 로마로 오는 대장정의 일주일로 정해졌다. 이탈리아의 절반이다. 일주일동안.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상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두분이 가보고 싶으시다는데 못할건 또 뭐 있으랴. 이제 8월만 오면된다.


ROMA.jpg 어느새 항상 나의 여행 출발지가 된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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