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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일기 쓰는 아빠 Aug 17. 2020

육아 인문학: 느낌으로 산다는 것

그럴수록 우리는 점점 더 슬퍼진다.

“너는 군자의 선비가 되고,
소인의 선비는 되지 말아라.” 

옹야편, 논어


子謂子夏曰 자위자하 
女爲君子儒 여위군자유
無爲小人儒 무위소인유

군자는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사람이다. 소인은 지식과 실력이 많더라도 진심이나 진정성이 그 행동의 근거를 찾기가 힘들다—느낌에 의해 움직였기 때문이다—공자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에게 소인들만 섬기는—인정받는—선비는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진심으로 행동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인재人材다. 이 시대에는 절대로 대체될 것 같지 않았던 소설가 직업과 출판업도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의 지능과 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의 선을 넘어설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행동의 근거와 생각의 출처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능력을 습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감각이나 느낌으로 행동의 근거를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았다. 선율이 가 태어난 이후 3년간 내 신체의 어딘가가 마르고 닳도록 절감했던 사실이다. 내 머릿속에 밝히고 싶지 않은 수많은 실수와 경험들이 떠오르고 있다. 매일같이 울기만 하던 선율 이를 대할 때면, 아빠가 아닌 이웃집 아저씨처럼 대했다. 그건 아기가 웃지 않고 울기만 했기 때문이다. 울기만 하는 아기에게 고함을 지른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이젠 제발 그만 좀 울어.


아들이 태어나던 3년 전만 해도, 내게 친절한 사람만 옳다고 여겼다. 내게 친절한 사람들만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내 주위에는 내가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로 만 채워지던 기이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을지라도 상대방은 그걸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참 무서운 시간들이었다. 나는 행동의 근거와 생각의 출처를 분명히 밝힐 만큼 지혜롭지 못했다. 느낌이나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사람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물 호스 없이 사방에 뿜어진 물줄기처럼. 원인도 결과도 없었다. 


내 아들을 만나기 직전까지는 그랬었다. 


현재 최소한의 거리는 1.5m


COVID-19, 예전 같았으면 불평을 그득히 늘어놨을 시대. 이제는 다르게 바라본다. 


인공지능 시대의 아빠가 선율 이를 육아 하기엔 딱 좋은 시절이다. 빛나는 호기심과 섬세한 영혼으로 고루 성장하고 있는 아이와 골목을 산책하면 세상의 모든 게 살아있는 장난감이며 교과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길거리에서 종종 행인들을 만나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밝은 인사를 나눈다. 그러는 덕분에 아이들은 감기나 다른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진다. 풍부하게 불어오는 공기와 포근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만끽한다. 이따금씩 선율 이를 만나기 전을 떠올리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만약 지금도 선율 이를 느낌이나 감정이 시키는 대로 대하는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공자는 자기 자신을 가꿀 줄 알고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을 섬기라고 가르쳤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은 행동의 근거나 생각의 출처를 밝힐 수 있다. 공자의 성격상,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당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공자의 말씀대로 나 자신을 가꾸기로 했다. 그리고 독서와 사색을 시작했다. 아들이 태어난 뒤 서서히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아이를 탓하기만 하던 내가 바뀌기 시작했고, 바뀌었다. 




Tip. 육아일기 쓰는 아빠의 양육 방법 # 


대화하려고 애쓴다. 내 성질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산책한다. 허리가 끊어지기 직전 까지. 운동화는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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