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아일기 쓰는 아빠 Nov 26. 2021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아들은 아빠와 함께 산책을

아빠들은 많이 바쁘시다. 효율을 따져야 하고,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편안한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플레이스테이션. 넷플릭스, 유럽 축구 리그, 유튜브 등이 시선에 들어온다.

아이의 눈이 향하는 곳에 당신이 있다면


아빠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잘 안다. 내가 아빠니까. 그래서 나는 선율이와 자주, 되도록이면 매번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나간다. 하늘이 훤하게 뚫려 있고, 사방이 열려 있는 큰 길 작은길 구분 없이 이곳 저곳을 서울쥐와 시골쥐 처럼 요리조리 쑤시고 다닌다. 나는 왜 이런 아빠가 되었을까? 따지고 보면 참 구식이다. 휴대폰이 있고, 영상 교제들이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시기. 페이스북도 메타로 바뀐 지금의 트렌드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구식 아빠다.


이건 아주 아아주 오래전 모습


나도 한때는 꿈이 많던 청년이었다. 불과 4 전만 하더라도...


어쨌든, 오늘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로 말하자면 이렇다.


아빠가 바쁘면 아들의 행동이 나빠진다.
아들의 행동이 나빠지면, 아빠는 바빠진다.


묘한 문장을 쓰고야 말았다. 하지만 누가 부정하겠는가. 모든 일의 결과를 아내에게 돌려서야 되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육아와 교육을 도맡아 하고 있는 나도 어느 날에는 선율이의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해주지도, 그 질문을 이해하지도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면 더욱 그렇다. 참 좋은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육아의 근황을 전하는 것일 뿐인데도 나는 아들과의 소통에서 장애를 겪는 경우가 참 많다.


아빠들이 바빠서 아들과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당연한 결과다. 나도 그럴 뻔했다.

호주 맥쿼리 대학교 캠퍼스

나는 어쩌다가 아들의 육아와 교육을 도맡게 되었을까?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늦은 나이에 호주에 왔다. 영어도 문화도 사회도 잘 모르는 상태로 여러 해를 보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호주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호주에서 가장 유망한 영화예술학교 AFTRS*에 진학할 마음을 먹었다.


내 나름대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는데, 내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서양인의 관점에서 확인 받고 가늠해 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해 본 것이었다. 더구나 입학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이 학교에서 나를 받아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불합격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지적하는 바로 그 점을 내가 고치면 될 테니까. 참고로, 시드니에선 입사 지원을 했다가 불합격하는 경우엔, 그 원인을 물어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화가 있다. 표면적으론 한적해 보이는 호주 시드니의 깊은 바다와 같은 무한경쟁의 기본 요소다.

 

입학 지원서를 작성하는 당일부터 일주일간 열심히 정성을 다해, 학교가 원하는 양식에 맞춰서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자기소개서와 작품을 모둠어서 제출했다.


다음에 계속...


*Australia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





작가의 이전글 내가 생각하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