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Oct 01. 2018

1일의 다섯

이번 달은 지난달과는 다를 것 같다

1. 얼마 전, 지하철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친구들은 그 사람 참 이상하다며 무시하라고 했지만, 한참 동안 풀이 죽어 있었다. 내가 이런 것까지 겪으면서 해외에서 살아야 하나 싶었고, 마침 추석이라 집 생각이 간절했다.


2. 주말 내내 집에서 늦잠 자고, 낮잠 자고, 요리하면서 느지막이 보낸 덕분에 붕 뜬 기분도 가라앉았다. 방학숙제처럼 미뤄오던 일 하나를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계획도 세우고, 책도 한 권 읽기로 했다. 이번 달은 지난달과는 다를 것 같다.


3. 사는 건 글씨 쓰기 같다. 늘 번듯하고, 반듯하게 쓰고자 애쓰지만, 금세 삐뚤빼뚤해지기 마련이다. 


4. 1년 만에 월급이 들어왔다. 뭐라도 사야지 다짐했는데, 정작 돈이 들어오니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옷도, 악기도, 전자기기도 있을 만큼 있고, 더 이상 무언가를 산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게 분명했다. 


5. 가지고 싶은 것이 별로 없는 세계에서는 무엇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이 세계에서는 무엇을 행복으로 간주할까? 어쩌면 소비와 행복은 그동안 강제로 짝지어져 있던 것이 아닐까? 물욕 없는 세계, 8p


쑥쑥 자라고 있는 그루트
이전 13화 서른 한 번째 생일의 다섯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