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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Sep 24. 2018

서른 한 번째 생일의 다섯

지금 못 이룬 삶은 마흔 한 살의 나에게로 미뤄두자

1. 스톡홀름에서 보낸 두 번째 생일. 만으로 서른이 되었다. 시차 덕분에 여기저기 소소하게 북적거렸다. 마침 석영이 스톡홀름에 와서 같이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저녁을 여러 번 먹었다. 잔잔하니 좋은 주말이었다. 


2. 서른이 되기 전에 상상한 나의 서른 살은 번듯한 직장에, 정장을 빼입고, 준중형차를 타고, 서울에 집이 있는, 그런 평균적인 삶이었다. 사회 초년생이 되어 돌아보니 평균이라고 생각했던 삶은 한참 그 위에 있었고, 직장 빼고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스물 아홉의 나는 꽤나 초조했다. 서른 한 살의 나 역시 직장 빼고 그 무엇도 이루지 못했다.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관대 해지는 법을 배웠다. 지금 못 이룬 삶은 마흔 한 살의 나에게로 미뤄두자.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또 덤덤하게 살자. 


3. 요즘 들어 부쩍 문장이 뜸하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전혀 되지 않은 탓이다. 고심 끝에 출판사 대표님께 책 작업을 미루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붕 뜬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연말까지 나는 누구인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4. 역경과 고난, 시련이 몰아닥치는 하반기, 믿을 건 오로지 실력이다. 집중해서 작업하고, 하나씩 증명하자. 


5. 매일 작업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레프 톨스토이, 쓰기의 말들, 38p


잔잔하니 좋은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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