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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03. 2018

헬싱키에서 마주친 디테일의 다섯

기본을 잊지 말자

1. 3박 4일 동안의 헬싱키 나들이.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일정이 끝나고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나의 2018년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한 장에는 올해 있었던 일을 적고, 그다음 장에는 올해 배운 것들을 적었다. 금세 두 장이 가득 찼다. 돌아보니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한 해였다. 앞으로 남은 두 달은 숨을 고르면서 밀린 생각들을 천천히 살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헬싱키가 스톡홀름보다 섬세한 느낌이 있다. 내가 스톡홀름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헬싱키와 스톡홀름은 건축, 인테리어, 소품, 디테일에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색, 소재, 마감도 세련되고, 어느 공간에 들어가도 의자 하나, 그릇 하나 그냥 놓여있는 법이 없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카데미아 서점, 마리메꼬와 아르텍 매장에서 아름답고 선명한 것들을 찾느라 한참을 바쁘다가, 헬싱키 대학교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서야 한숨을 돌렸다.


3. 저녁으로 지인이 알려준 일식집 코토에서 우나기동과 돈가스를 먹었다. 세상에, 이 집 참 잘한다.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일식인지. 한동안 또 이런 걸 못 먹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져서 평소에 하지도 않던 과식을 해버렸다. 덕분에 밤새 속이 더부룩했지만, 기분 좋은 더부룩함이었다. 일식이 생각나거든 헬싱키에 가자.


4. 뜬금 북유럽 여행 팁. 북유럽에서 대단한 맛집을 기대하지 말자. 북유럽 사람은 미식을 추구하지 않고, 미각이 발달했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의 입맛을 갖고 있다. 그냥 내가 재료 사서 해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다. 특히 스웨덴 와서 미트볼을 먹으러 가는 과오는 저지르지 말자. 미트볼에 밑간을 안 하다 보니 밍밍하고, 고기가 아무리 좋다한들 죄다 갈아버려서 재료 본연의 맛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궁금하다면 광명 이케아에 가자. 여기서 파는 미트볼과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일식은 스톡홀름보다 헬싱키가 낫다. 괜히 스톡홀름에서 일식집 갔다가 돈 버리지 말자.


5. 기본을 잊지 말자. 제품이 쓸데없이 사용하기 어렵고 이질적이며 보기 싫고 불쾌하며 긴급함이 부족하고 사용자들에게 실패를 맛보게 한다면 그런 제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 원리,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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