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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Dec 24. 2018

서울에서 보내는 연말의 다섯

마음 편하고 초라한 삶을 생각하다

1. 마음이 어지럽다. 잠깐잠깐 좋다가도 그저 그렇다. 자고 일어나면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다. 눈을 감은 채로 휴가가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려본다. 아직 10일 정도 남았지만, 괜히 울적하다. 아직 돌아오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갈피를 못 잡는 이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2. 그렇게 좋아하던 서점에 가도 마음이 영 산만하다. 책에 있는 글자들이 튀어나와 마음이 소란스럽고 머릿속이 어지럽다. 제대로 둘러볼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이렇게 부유하는 기분은 처음이라 목적도 없이 미세 먼지 가득한 거리를 맴돈다.

3. 춘천에 있는 청평사를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길이 한산하다. 계곡에는 진작부터 겨울이 왔는지 두꺼운 얼음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온다. 어릴 때는 그렇게 길고 지루하던 길이 이렇게 좋았나 싶다. 절에 올라 한참 동안 산등성이 구석구석을 눈으로 살폈다.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4. 내년에는 큰 이야기보다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 이야기,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보다, 우리 집 앞 가게 이야기,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궁금하다. 화려함보다 소박함을, 근사함보다 성실함을, 재능보다 노력의 힘을 믿는다.

5. 거품이 다 날아가든지 내가 요만해지든지 간에 불안하면서 근사하게 사느니 마음 편하고 초라하게 살아야겠다. 아이유


이번 휴가에는 이런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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