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인생에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by 그린로즈
앙코르와트 2018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마지막 장면에서 ‘차우(양조위)’는 앙코르와트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짧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를 사원의 돌기둥 구멍 속에 속삭이고는 진흙으로 봉인한다. 그것은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주고받았던 대사를 실행에 옮긴 듯했다.


"모르죠? 옛날엔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짧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앙코르와트에 묻어두고, 자신의 그 이야기 역시 영원하길 스스로 빌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화양연화>를 보고 나서는 꼭 한 번은 앙코르와트에 가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홍콩에서 촬영된 장소를 찾아간다고 하지만, 난 그 비밀을 간직한 앙코르와트에 가보고 싶었다. 왠지 그러면 차우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앙코르와트에 가면, 차우가 서 있던 돌기둥 앞에 나도 서 있고 싶었다. 그 돌기둥이 들려줄 지고지순 했지만, 사랑의 기쁨을 나눠보지도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았다.


앙코르와트에 들어서면서 저절로 차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찾아왔던 차우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곳 곳곳에 서려있는 그의 마음을 느끼다 보니, 이곳까지 찾아온 나의 모습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때 마주했던 인연이 이젠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그 심정을. 차우는 이곳에서 자신만의 신성한 의식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상처를 치유한 것 같았다.


그리워하다가,

그리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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