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봄날처럼 찾아온 사랑이 떠나간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

by 그린로즈
삼본아파트 2009


봄이 너무 일찍 찾아온 탓일까? 덩달아 너무 일찍 사그라든 봄꽃들을 보고 있자니 영화 <봄날은 간다>가 보고 싶었다. 늘 봄이 오고 가면 나만의 신성한 의식처럼 이 영화를 봤었는데, 어느 바람 부는 날, 삼본아파트를 지나가면서 이 장면을 생각했다.


삼본아파트 2009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삼본아파트는 내 고향 묵호에 있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늘 현실 속에서 그 장면들을 마주했다. 그래서 이곳 아파트 사이에 보이는 바다를 볼 때마다 두 주인공의 이별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생각의 끝에 이르러서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이별의 장면은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명대사로써 오랜 시간 패러디되곤 했다.


"우리 헤어지자!"

"내가 잘할게!"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사랑이 변하니?"



상우가 택시를 타고 오던 길 2009


삼본아파트를 지나오면, ‘회식이 끝나고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삼본아파트에 사는 은수를 찾아오는 상우. 그 상우를 기다리는 은수’가 만나는 장면을 촬영된 길이 나온다. 은은한 가로등이 드문 드문 켜있던 이곳에서 서로의 그리움을 확인했다. 영화 속 분위기를 가장 닮은 날을 찾기 위해 초저녁 비가 내리는 날을 선택해서 나는 이 사진을 담았다. 그때의 분위기가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길, 난 이 길 위에서 참 행복했단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어!"라며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도대체 몇 번을 다시 찾아본 영화인지 모르겠다. 늘 볼 때마다 두 배우의 몸짓과 대사가 새롭게 기억되는 것 같다. 정말 뉴스의 한 소식처럼 두 배우가 다시 속편을 촬영해 줬으면 좋겠다. 그곳이 묵호라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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