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다리
내가 처음 부다페스트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영화 <글루미 선데이> 때문이다. 한 여자를 사랑한 세 남자의 슬픈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암울했던 헝가리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들이 거닐었던 ‘세체니 다리’를 거닐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2005년 9월 28일 부다페스트의 땅을 처음 밟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2007년 9월 27일. 정확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두 번째 부다페스트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세체니 다리’는 도나우강에 건설된 8개의 다리 중 가장 먼저 생긴 다리로,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으뜸이다. 일명 '체인 브리지'로 부르는 길이 375m의 현수교로, 부다페스트의 상징적인 다리이다. 다리를 장식하고 있는 사자상 때문에 '사자다리'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시민이 사자의 입 안에 혀가 없는 것을 발견한 이후 '울지 못하는 사자'로 부르게 되었다.
다리에는 헝가리 왕국의 문장과 함께 사자가 새겨져 있다. 나는 이 다리를 영화 <글루미선데이>에서 독일인 ‘한스’가 자살하기 위해 뛰어내렸던 다리이자, ‘일로나’와 ‘자보, 안드라스’가 나란히 거닐던 다리로 기억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 여행 온 한스는 일로나와 자보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른다. 그리고 일로나에 반해 결혼을 해달라고 고백을 하지만 퇴짜를 맞는다.
어둑어둑해진 밤, 세체니다리 위에서 도나우강으로 뛰어든 사람을 보고 자보가 구해준다. 그 사람이 바로 한스였다. 한스는 생명의 은인이라며 자보에게 고마워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군으로 다시 부다페스트를 찾아서 그들은 악연을 맺게 된다.
전쟁 끝난 1999년 어느 날, 80번째 생일을 맞은 한스는 옛 추억을 되새기며 자보와 일로나가 운영했던 식당을 찾지만, 그때 연주된 <글루미 선데이> 음악을 들으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것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세체니 다리의 밤은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부다페스트에 여행 온다면 도나우 강변에서 세체니 다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제일 클 것이다. 그 중에서 야경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를 장식해준다. 지금껏 내가 다녀본 유럽의 20여 개국 중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뽑으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부다페스트를 뽑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곳을 방문해 볼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