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구석길에 올라…
“봄이 왔구나~!” 싶으면 항상 묵호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그 눈이 내리고 난 뒤 정말 봄이 오는 것이다.
이름도 이쁜 춘설.
묵호에 눈이 쌓인 모습을 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면 길을 만들어 게구석길을 따라 올라갔다.
중턱에 올라가면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묵호별빛마을” 프로젝트를 기록하던 2019년에는 하루에 한 번씩 올라오던 곳인데, 그때마다 나를 반겨주시던 안문기 아버님은 이제 이곳에서 뵐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잘 알면서도 묵호에 하얀 눈이 내려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던 것이다. 이곳과 잘 어울리던 원주민이 떠나고나니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눈이 내려 기분이 좋았던 내 마음은 금새 사라졌다. 이곳에 서 있어보니 지나간 시간과 그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