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추운 곳, 정선군 고한
고한읍은 조선 시대에 동상면에 속했던 고토일(古土日), 물한리(勿汗里)로, 광무 10년 지방 행정구역 개편 시 동상면, 동중면이 통합되어 동면이 되는 동시에 고토일과 물한리가 합쳐 고한리가 되었다. 그리고 1985년 10월 1일 고한읍으로 승격되었다. 즉, "높고 추운 곳이 고한"이라는 곳이다. 옛 고(古) 자 대신 높을 고(高) 자를 쓰기고 한다.
고한은 주변이 온통 1000m 이상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가 늦게 뜨고, 또 해가 일찍 지는 곳이었다. 그중에서 함백산이 가장 높다. 그 높이가 무려 1,573m나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10월 말이면 어김없이 첫눈이 내렸고, 겨울도 참 길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함백산 정상엔 눈이 내린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고한은 탄광촌이다. 고한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인 사북과 태백(철암, 장성), 도계 등 지는 질 좋은 무연탄이 무진장 매장된 곳이었다. 그래서 전국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돈을 벌러 몰려들었다. 한창 번성했던 당시 고한과 사북을 통합해서 시를 만들려고도 했었으니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지 말해준다.
나에게 ‘고한’이라는 곳은 ‘검은 석탄’과 ‘흰 눈’의 이미지가 강한 장소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게 흑백사진이 더 특별하고 친숙해진 것일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고한에서 보아온 하얗고 검은 이미지들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흑백 필름 작업을 낳게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한은 내가 가장 순수하고 맑은 시절을 보냈던 곳이기에 정서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준 곳이다. 그때 보았던 이미지들이 지금 내 작품에 많은 투영되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