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
내 기억 속 고향의 모습을 아직도 잘 간직한 곳이 있다. 감사하게도 세월의 흐름을 비껴간 듯이 남아 있는 고향집을 찾아갔다.
고향집 앞을 지나가다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계셔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제가 이곳에서 태어났거든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순간 나의 할머니도 살아계셨더라면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나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아서 얼굴 한 번 뵌 적 없다. 그래서 함께한 추억도 없으니 끄집어낼 그리움조차 없이 살았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산소에 찾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고향집 앞에서 만난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의 할머니도 살아계셨더라면 이런 모습이셨겠지?’라며 상상을 했다. 할머니 사진을 담아드리면서 잠시나마 속으로 살며시 돌아가신 할머니를 불러본다.
"할머니!"
고향을 떠나 정선에서 살던 때에도 방학이 되면 항상 고향집에 살고 계셨던 큰 이모집에 놀러 와, 신나게 바다로 갔던 그때 그 소년이 생각났다. 그때 큰 이모집 마당에 있던 텃밭에 경계망으로 쳐놓은 폐그물을 떼어와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다고 나갔던 그 소년의 모습이…
훗날 이모는 사라진 그 그물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집안 마당에 있던 텃밭이라 가져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리 찾아도 도무지 보이지 않고, 주변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못 봤다고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셨는데, 그때에도 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능청맞게 모른 척했었다.
어른이 된 소년이 다시금 옛 기억을 더듬어 그때 그 바다를 찾아갔다. 이미 간척이 되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희미하지만 소중했던 추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흐릿했던 기억이 또렷해질수록 그때의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
기억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겨내면서 점점 어린 시절의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 그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