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오래된 아름다움
난 묵호(墨湖)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나고 2년 뒤 묵호를 떠나 정선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하지만 태백선과 영동선을 따라 이어진 곳이라 방학이면 무궁화 기차를 타고 고향 묵호에 자주 놀러 오곤 했었다.
어린 나에게도 묵호는 편안함을 주었던 곳이다. 정선과 사뭇 다른 모습에 신기한 것도 많았지만 정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도 편안함을 준 곳이 묵호이다. 그래서 자주 찾았던 것 같다.
청년이 되고 다시 찾은 묵호는 어릴 적 보았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서 추억이 깃든 곳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릴 적 미쳐 보지 못했던 모습들까지 찾아다니면서 제대론 된 묵호의 속살들을 보는 것 같았다.
어릴 적 보았던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을 발견하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진짜 보물을 발견한 듯이 기뻐서 그 모습을 오래된 라이카(Leica) 필름카메라를 통해서 흑백필름 속에 담았다. 지금 남아있는 이 모습들도 곧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잘 알기에 참 많은 골목길을 찾아다닌 것 같다.
지금 묵호라고 불리게 된 지명의 유래는 조선 후기 순조 때,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묵호에 부사 이유옹이 파견되면서부터이다.
"물도 검고, 바다도 검고, 물새마저 검으니, 먹 묵(墨) 자를 붙여서 묵호(墨湖)"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묵호,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오래된 아름다움들을 간직한 묵호는 그 모습들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어서 안타깝고 애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