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 살던 곳
항상 ‘고한’ 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고한이라는 곳을 한 번쯤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다고 한다. 그 마법과 같은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내가 살던 고한은 가난하지만 나눌 것이 많았던 정겨운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다. 옆집 밥그릇이 몇 개이고, 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서로가 알 정도로 정겹게 지냈던, 참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옆집에서 무엇을 해 먹는지 다 알기에 서로서로 반찬을 해서 나눠먹거나 아예 같이 밥상을 차려놓고 함께 식사를 하던 때가 많았다.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던 곳이 고한이었다. 그곳에서는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고한은 참 많은 모습이 변했다. 고한에서 가장 큰 탄광이었던 ‘삼척탄좌’가 폐광이 되었고, ‘강원랜드’가 들어오면서 내가 살았을 적 고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낯설기만 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사람들은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각자 살길을 찾아서 어디론가로 떠나고 빈자리만이 가득한 마을은 쓸모가 없어져 점점 버려지게 되고 사라졌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해도, 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내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곳 역시 고한이라는 곳이다.
가장 순수했던 내 유년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된 곳. 그곳에서 꾸었던 꿈과 그 꿈을 향해 가던 내 발자취가 남겨진 곳. 다시금 그때의 그 모습 속으로 되돌아가 살고 싶은 곳.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고마운 ‘연탄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고한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분명한 이유 하나쯤은 안고 산다.
그래서 "난 그곳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