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야 Sep 12. 2020

안녕, 여름밤

'헤르쯔 아날로그' 노래를 들으며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운 때에는 잠들기 전, 혹은 새벽녘 잠에서 깼을 때 날씨를 확인하곤 한다. 추울까, 더울까, 비가 올까, 샌들을 신어야 할까, 운동화를 신어야 할까.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다음 날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창밖 풍경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적절히 섞인 풍경이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들게 되는 하늘. 이런 날은 출근길에 카메라를 들고 잠시 멈춰 서 있는 사람들을 한둘은 꼭 보게 된다. 카메라에 담긴 하늘도 힐링이 되지만, 거리에 잠시 멈춰 선 사람들의 모습은 더욱 힐링을 준다.




여름과 가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는 요즈음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면, '헤르쯔 아날로그'가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OFBx8M-KuGE

뜨겁던 해는 지고 / 선선한 바람이 부는 / 여름 밤

어둠으로 물든 하늘엔 / 식은 공기만 있어

풀벌레 우는 소리 / 그네에 앉아 듣는 / 여름밤

그늘이란 없는 따가운 / 햇살 같던 나의 일상

긴 오후가 가 버리고 / 하루의 끝자락에 있지만

가로등 불빛 아래서 / 나의 하루를 아직 /끝내지 못하고 / 서성이고 있어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 슬며시 눈을 감아

무더웠던 나의 하루를 / 어루만져주는 여름밤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살랑살랑 부채질로 더위를 식혀주던 누군가의 손길이 떠오르는 노래이다. 시원한 것보다도 머릿결을 날리는 간질거림이 좋아서 계속 부쳐주길 바라던 손길. "무더웠던 나의 하루를 어루만져주는 여름밤" 같은 존재들.


뜨거웠던 데다 코로나와 홍수로 여기저기 몸살 앓았던, 모두가 지쳤을 올 여름도 이렇게 가고 있다. 세월이 흐른 후 이 시기를 돌아보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던 아우성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건넸던 손길이 더 기억에 오래 남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건조기가 구워낸 뽀송한 빨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