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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송아 Jan 19. 2023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게 가능해?  2

모든 아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수학공부,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가능하도록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가 평가기준을 지키지 않는 내신 시험, 극상위권 변별을 위한 수능의 킬러문항 때문이라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보도자료 밑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수포자 발생의 많은 원인 중 하나는 학교 수업이 학원에서 선행한 아이들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정규수업만 받아서는 진도를 따라갈 수 없도록, 이미 선행한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수업을 하세요. 당연히 설명이 빨라지고, 문제풀이도 빨라지죠. 많은 문제를 다룰 수 있어서 선생님들은 더 알찬 수업을 했다고 착각하겠지만요... (중략) 학교에서 제발 학원 다니는 애들 위주로 수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뼈아픈 댓글이다. 교사들은 중간 수준 아이들을 기준으로 수업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행을 하니 교사들이 맞추는 중간 수준이란 선행을 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킬러문항이 엄존하는 대입제도 앞에서 교사들은 빠른 진도, 더 많은 문제풀이를 선택한다. 이 방식이 현행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입시의 효용 앞에 모든 원칙, 모든 철학이 무력해진다.     


공교육에 대한, 그 중에서도 교사가 제대로 안가르치기 때문이라는 여론 앞에는 어떤 대답도 옹색하다. 솔직히, 교사들은 빈약한 양성과정에서 각자도생하듯 살아남은 이들로 보인다. 학교현장은 관행이 곧 기준이다. 혐오와 무례를 일삼는 학생과 학부모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정작 수업의 질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모두의 수학>을 만든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최수일 선생님은 대답을 이어갔다.  


 “수학교육혁신센터가 추구하는 3가지 목적 중 하나가 ‘수업의 질 개선’이에요. 이 댓글을 다신 분은 ‘학원 다니라고 말하는 교사를 교육부가 적발해서 징계하라’고까지 하셨네요. 교수법 부족은 교사 양성과정부터 문제라고 저번에 말씀드렸죠. 교사가 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질문도 던지고,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가르치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사범대에서 그런 교수법을 훈련받은 적이 없다고요. 임용이 되고 나면 교사들의 교수법을 못 건드립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은 그래요.      


다른 과목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연수도 받고 각성하면서 수업을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요. 수학은 위계가 있어서, 초중고 교육과정이 한 줄로 엮여 있어요. 선생님들이 중간에 누수가 생기는 학생을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이 분 말씀처럼 현재 우리나라 학교수업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도 국가 자격증이 나오는 다른 직업의 실습 기간은 매우 길고 엄격한데, 교사자격증은 그렇지가 않아요.     


게다가, 외국은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는 권한을 장학사가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장학사는 학교에 가서 학폭 사례를 파악하거나 행정적인 역할만 하죠. 영국 같은 선진국의 장학사는 수업을 직접 장학하는 전문가예요. 교사의 사전 동의 없이 수시로 학교에 가서 A교사의 수업을 직접 보고, 학생들 노트를 다 걷어와요. 그 노트에는 학생들이 매시간 필기를 하고, 거기에 반드시 교사의 피드백이 있어야 해요. ‘네 학습 상태가 지금 어떻다’라는 것을 계속 피드백하게 되어 있는 거죠.”
 

아무리 남의 나라 얘기지만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의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 일기에 코멘트 해주는 건 본 적 있지만, 어떻게 교사들이 매 수업 학생들의 수업 필기 내용에 피드백을 할 수가 있지?      


“예를 들어 학생 노트에 일주일간 교사의 코멘트가 하나도 없어, 그러면 그 이유를 물어요. 아파서 못했다든가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근로 계약 해지를 해요. 장학사가 철저히 수업의 전문가예요. 수업을 직접 참관하면서 ‘왜 교사 혼자 주입식으로 수업하십니까? 학생들 참여를 독려하셔야죠? 잘 안되면 다시 연수 받고 수업을 개선해주세요.’라고 수업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요.” 


아마도 그 나라는 우리나라 담임제도처럼 생활지도를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달라 때로는 외국 사례를 듣기조차 싫을 때가 있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걸 못할까? 동료 혹은 후배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조언하는 수석교사 제도도 풍문으로는 별 효용이 없다고 전해들었다. 교원평가는 근거 없는 비난으로 치부되거나 형식적이라 무시되기 일쑤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못하는 걸 열거하면 끝도한도 없다. 그럼에도 평범한 부모들은 애정없이 공교육이 나아지길 희망해야 할까. 최수일 선생님은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수학교육혁신센터에서 혁신학교 지원센터를 만들려고 경기도에 제안을 했다고 한다. 철저히 학교 진도에 맞추어 <수학의 발견> 교과서로 수업하는 ‘괜찮은 교육 현장’을 실현할 계획이다. 오늘 학교에서 배운 걸 잘 정리해주고, 내일 학교에서 뭘 배울지 예습하는 학습지원센터.       


수학교육혁신센터에서 추구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개선하고자 연구하는 교사 세미나팀도 전국적으로 10여 개나 있다. 교사 세미나팀이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이 맡고 있는 수업을 바꿀 힘은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갈 길은 너무나 멀다. 그러나, 멀리 있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발걸음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들과 계속 싸우면서 걷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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