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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송아 Jan 19. 2023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게 가능해? 1

수학교육혁신센터에서 평가에 매달리는 이유

<모두의 수학>이라는 중학 수학 평가문제 플랫폼이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성장중심 문제 플랫폼이라는 슬로건이 메인 화면에 크게 써 있다. 대문 사진은 어느 여자 중학교 교실에서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최수일 선생님이 특강을 하는 모습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묻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무슨 질문을 했기에 학생 대부분이 손 들었을까? 


“수학이 어렵고 힘든 사람 손들어 보세요.”

“수학을 잘 하려면 선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마도, 모두가 손 들게 만들었다면 긍정적인 질문은 아니었을 거 같다.      


<모두의 수학>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며 생기는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성장중심 문제 플랫폼’의 의미는 뭘까.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가능은 할까. 처음엔 이상향을 담은 레토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수학>을 제작한 실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저 이상만은 아니었다. 공부를 아예 안하겠다고 담을 쌓지 않은 이상, 모든 아이들이 도전해 봄직한 문제들이 상, 중, 하 수준별로 탑재돼 있다. ‘플랫폼’이라고까지 했으니, 제작자와 사용자가 상호교류하며 정보를 주고 받는 구조이다.     


<모두의 수학>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평가 기준에 맞는 예시 문항을 각 단원별, 난이도별로 제작해 교사와 학생들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구성했다. 1년 반에 걸쳐, 7명의 현장교사와 수학교육혁신센터 실무자 3명이 매주 주말마다 줌으로 모여 토론했다. 한 번 모이면 두세 시간을 불사하고 중학교 수학 전과정의 문제를 평가기준별로 담았다.       


성취기준이 ‘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라는 포괄적 학습 목표를 담고 있다면, 평가기준은 상중하로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 : 두 문자로 된 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중 : 한 문자로 된 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하 : 인수분해의 예시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학습내용의 평가 기준에 맞춰 중학교 수학 3년 전과정 문항을 개발한 것이다.       


난이도별로 평가기준에 맞는 문제를 시험에 출제해서 학생들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진단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중학교 현장에서 중이나 하 수준의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상중하로 나눈 수준별 수업이 있었지만, 별 효용이 없어 사라졌다. 요즘도 보충수업이 방과후교실로 이뤄지지만 정작 필요한 학생들은 이 수업을 신청하지 않는다. 혁신학교에서 기초학력을 보충해주는 방과후 수업을 무상으로까지 진행하는데, 성취가 낮은 학생에게 학습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성취기준에 도달하면 평가기준 ‘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렇다면 ‘중’이나 ‘하’밖에 풀수 없는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 과정에서 피드백하는 시스템이 있을까? 혁신학교나 교육부가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배치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정규수업 과정에서는 학생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평가기준에 맞춰 학생들을 평가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답을 아는 사람은 ‘모두의 수학’을 만든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인 최수일 선생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과정 중심 평가’예요. 수업 안에서 교사 주도로 ‘인수분해’ 진도를 나가면 학생들이 얼마만큼 도달했는지 안 보여요. 학생이 뭘 아는지 말로 설명해보라고 하지 않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없어요. 교육부가 ‘책임교육’을 표방하면서 10년 전부터 ‘평가기준’을 강조하지만, 이건 권고사항이에요.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하려면 진단과 평가는 필수적이에요. 결국 수업방법 자체가 개선돼야 해요. 근본적으로는 사범대의 교사 양정과정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요. 사대생들이 주로 수학 전공 내용을 배우는데, 그보다 교수학습법을 연습해야 하고, 교생실습 기간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해요. 그런데, 지금 교사들은 임용되어 발령 받으면 도제식으로 선배 교사들의 문화를 그대로 배워요.”     


마지막 문장을 듣는 순간, 깊은 한숨을 몰아쉬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교사들도 결국 기존의 학교 관행을 따르는 것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범대 교육과정이 대학의 소관이라 쉽게 혁신할 수 없으면 중학교 수학수업의 개선은 불가능한 걸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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