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환승열차를 탔지만 종착지를 잃었다

by 무민

“우리 팀에 올래요?”


다소 뜻밖의 제안이었다. 부서 내부의 인사조정을 앞두고 사회부 내 다른 팀에서 내 의사를 물었다. 내가 처음 사회부를 지원할 때 그 ‘다른 팀’에 가고 싶다고 했던 게 아직 유효했나 보다.


조금은 고민했다. 현재의 팀에 남는 게 좋은지, 처음 바랐던 팀으로 지금이라도 옮기는 게 나은지 저울질했다. 사실 답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다. 그저 그 답이 틀린 건 아닌지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을 달라고 답했고, 서너 시간 뒤 답장했다.


“현재 팀에 남겠습니다.”


사회부에 오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면 바로 옮기겠다고 했을 거다. 지금은 사회부에 온 지 약 6개월째다. 인제 와서 팀을 옮길 메리트는 없어졌다.


사회부 연재 10편.png 이미지=챗GPT


내게 사회부는 애초부터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다. 사회부 기자가 하고 싶다기보다는 사회부를 통해 이직을 하고 싶었다. 내 목표는 종합지였다. ‘00경제’가 아니라 ‘00일보’나 ‘00신문’으로 불리는 매체다. 사회부는 환승열차였다.


종합지로 가기에는 산업부 같은 경제 관련 부서보다 사회부나 정치부에서 경험을 쌓는 게 유리하다고 봤다. 종합지는 정치·사회 기사 비중이 더 높아서다. 격무부서인 사회부를 지망할 때 사회부의 여러 팀 중 격무팀을 가고 싶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소속된 팀은 사회부 안에서는 그나마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다.


종합지를 갈망한 건 지금 보면 미련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기자 지망생들은 종합지나 방송사 취업이 1순위고 경제지는 2순위인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방송은 ‘차차선’이었단 게 그나마 차이점이다.


나는 기자 지망생 시절 정치·사회 기사를 보며 훗날 종합지의 정치부·사회부 기자가 돼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를 꿈꿨다. 하지만 훨씬 뛰어난 경쟁자들이 많았고 종합지의 문턱은 높았다. 갖지 못하는 건 더 탐나곤 한다. 경제지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줄곧 종합지 이직을 기대해 왔다.


기자로 일하면서는 종합지로 한 번 건너뛰는 게 훗날 업을 바꾸더라도 좋은 스펙이 될 거라 생각했다. 사회에서는 경제지 출신보다 종합지 출신 기자를 더 인정해준다. 내가 필요했던 건 사회부 기자가 아닌 ‘종합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지금은 종합지 이직이란 목적 자체를 잃었다. 종합지의 업무강도는 지금보다 더 세다. 더 늦은 시간에 최종 편집회의를 해 다음날 신문에 넣을 기사를 확정하고, 밤늦게 사안이 터지면 이를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늦은 시간에도 기사를 새로 쓰거나 기존 기사를 고친다.


하지만 받는 돈은 일부 상위권 언론사가 아닌 이상 크게 늘지 않는다. 아니,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업무강도가 지금보다 강해진다면 굳이 회사를 옮기고 싶지 않다. 팀 변경 제의를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목적지를 잃었으니 사회부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 사회부를 떠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희망해서 왔기에 최소 2년은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다른 부서로 옮기기 전까지, 혹은 그 전이라도 이직이나 전직을 이유로 이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는 사회부에 적응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사회부에서 버티는 최소 2년의 시간이 낭비는 아니다. 사회부 지망은 미련 때문이었다는 걸 확인했고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도 분명해졌다. 나는 사회 정의보다는 나의 평화를 원한다. 퇴근 후와 주말, 휴일이 보장되는 ‘워라밸’을 바란다. 희망하는 바를 알게 됐으니 다음 열차를 고를 기준 하나쯤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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