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은 익히 들었다. 후배를 못살게 군다는, 그래서 버티기 힘들어하는 기자들이 많았다는 직장 상사의 스토리.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인사이동 시기쯤, A 상사 밑에 있는 후배가 곧 부서를 옮길 만큼 충분히 오래 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나를 데려간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A 상사 밑으로는 가기 싫다는 희망도 섞여 있었다.
현실은 기대를 자주 비껴간다. 인사이동이 공지된 날, 사회부장은 “A랑 잘해봐”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다른 팀으로 가는 것 아니었냐고 묻자 그는 “거긴 완전 저연차 애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무를 인수인계 받던 날, 전임자와 40분 넘게 통화했다. 절반은 업무 절차 설명이었고 나머지는 상사의 스타일에 관한 조언이었다. 전임자는 상사가 메신저보다는 전화를 좋아한다고 했고, 가끔 버럭하거나 뜬금없이 짜증낼 때가 있다며 한 귀로 흘려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말 출근은 원칙적으로 없지만 이따금 주말에 전화해 업무 지시를 한다고도 귀띔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한숨과 말의 공백에서 전임자가 버텨온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앞으로는 내가 겪을 그 시간이 마음을 눌렀다.
상사는 실제로 그랬다. 30초 내외의 짧은 얘기를 할 때도 전화를 했고, 주말과 연차를 내 쉬는 날에도 자주 연락을 했다. 일부는 불가피한 연락이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전혀 급할 게 없는 일이었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휴일 중 사소한 연락은 ‘워라밸’이 중요한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사는 화법이 원래 그런 건지 대화하다 짜증을 자주 섞기도 했다. 그와 함께 일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기사 계획을 보고하고 기사를 검토받는 과정은 여전히 심한 긴장감을 부른다. 사회부에 오기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 전화를 해 짜증을 낼지 조바심 내는, 하루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상사가 전담해야 할 업무를 나와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시켰으니 하긴 하지만 왜 이 업무를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 기자들, 그리고 타사 기자들은 여전히 날 볼 때면 늘 괜찮냐고 묻는다. 상사에 대한 평이 회사 안팎으로 좋지 않은 것이다. 질문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답을 냈다. 타사 기자들에게는 여과 없이 힘든 티를 냈다. 이직에 뜻이 있다는 의중을 내비치려는 셈도 있었다.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는 “적응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 어색하고 불편한 동행은 한동안 업무강도를 한껏 끌어올릴 요인이다. 업무강도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결정하겠지만 ‘사람 리스크’는 한번 터지면 누군가 바뀌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진다. 사람 리스크가 있다면 업무강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다. 상사는 지금의 위치에서 업무를 잘하고 있고 전문성도 있다. 달라져야 하는 건 나 밖에 없다. 내가 참거나 사회부를 떠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