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내 최애의 아이들 QWER 오프 뛰기 #1
QWER 덕질 과정에서 느끼는 덕질의 단계가 있다.
흔히 말하는 '입덕 부정기'가 길어질수록 여기에만 머물기 쉽다. 음악이 좋아서 무한반복 하거나, 취향인 아이돌의 음악방송 클립이나 직캠을 즐겨보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자체 컨텐츠가 재밌어서 노래는 몰라도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이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련 컨텐츠를 보게 된다.
살면서 많은 아이돌을 1단계 정도 깊이로 좋아했다.
어쨌든 이 단계에서는 두 가지 갈래길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적당히 컨텐츠를 소비하다가 현생에 치여 서서히 관심을 끊거나, 덕질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QWER 팬카페를 보면, 많은 이들이 QWER 덕분에 처음으로 2단계를 경험해 보는 것 같다. 나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돈은 사람한테 가장 귀한 자원이다. 1단계에서 시간 투자를 어느 정도 하다가 완전히 사로잡힌 사람들은 금방 컨텐츠가 부족해진다. 기존의 컨텐츠가 많은 아이돌이라도, 최신의 컨텐츠에 대한 갈증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걸 충족해 줄 수 있는 게 아이돌들의 소통 채널이다.
여기에 가입하면 새로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컨텐츠를 보지 않을 때도 계속 내 아이돌의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게 된다. 기존에 휴식 시간, 자투리 시간만 쓰던 것에서 일상의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최신의 컨텐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이렇게 소통 채널에 가입해서 아이돌의 소식을 기다리기 시작하면. 축하드린다, 당신은 팬이다. 최소한 '입덕 부정'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단계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시간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에게 내가 받은 감동을, 이들에 대한 나의 마음을 실체화시키고 싶어 진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앨범과 굿즈라는 좋은 옵션들이 있다.
그렇게 아래와 같이 QWER <마니또> 앨범을 여러 장 사고 뒤늦게 <Discord> 앨범까지 사고,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는 핑계로 팝업 스토어에서 50만 원을 태우게 된다.
여러 종류의 연예인 중 가수/아이돌/밴드를 좋아하는 최대 장점은 ‘직관'이 아닐까 싶다. 내가 영화배우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 사람이 연기하는 촬영 현장까지 따라가지는 못한다. 내가 예능인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 사람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지 않는 이상 라이브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래를 하는 직종은 결국 무대 위에 서야 하고, 그 무대에는 관객이 필요하다. 가수들에게 공연을 보러 오는 팬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에, 내 아이돌의 공연을 직관하는 건 팬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3단계를 '내 아이돌을 직접 보는 단계'로 정의하자면, 이 안에서도 직관 다음 단계는 팬미팅 참가다. 이건 사실 아직 시도해 본 적도 없다. 앨범을 많이 사야 간다는 소문에 지레 겁먹어서 도전 못한 것도 있고, 1:1로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당황할 것 같은 우려도 있다. QWER 멤버들이 워낙 팬 상대 경험이 많아서 어떻게든 해줄 거라 믿지만, 그런 부담을 줄 게 괜히 걱정됐다.
그래서 팬미팅은 다음 앨범 정도에 꿈꿔보고, 직관만큼은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었다. QWER의 라이브 실력 논란이 답답해 직접 마주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경기모아뮤직페스티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혼자 자라섬에 가는 방법도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예매부터 했다. 그동안 놓친 대학축제들에 대한 아쉬움이 워낙 커서, 쉬는 날 가평 정도면 어떻게든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은, 그런 거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직관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 전인 6월 15일, 드디어 QWER 실물영접을 했다. 처음으로 공연 7시간 전에 출발해서, 땡볕에서 5시간을 대기해 봤다. 이렇게 해봤자 앞에서 5번째 줄이었지만, 만족했다. 공연 후 직캠을 보면서 '현장 분위기는 이랬구나'하며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느낀 현장 분위기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는 경험은 새로웠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나의 아이돌의 공연을 직관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우리 멤버들은, 기대보다도 라이브를 훨씬 잘했다. 공연 자체에 대한 후기는 다음 편에 기록하고자 한다.
소감을 미리,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