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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Jun 26. 2024

아이돌 굿즈에 50 넘게 태우고 느낀 점

꿈과 낭만의 입덕기 #6

우당탕탕 팝업 스토어 예약


4월 19일 금요일, 굉장히 설레는 소식을 듣게 됐다. 5월 2일 목요일부터 일주일 간 여의도 더현대에서 QWER의 첫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더현대 지하로 들어가자마자 있는 메인 존을 당당하게 차지했다는 점에 기뻤고, 처음으로 오프라인 덕질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초원을 가르는 뒷모습이 청춘 그 자체...


언제 어떻게 신청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팝업 스토어 오픈일을 캘린더에 등록했다. 첫날보다는 이틀 차가 운영은 좀 안정되고 재고도 충분할 것 같아서 5월 3일(금) 오픈런을 다짐하고 휴가까지 내버렸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인 25일 목요일, 4월 27일(토) 저녁 7시에 네이버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고민중독> 커버 챌린지 준비를 위해 일정을 비워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전 예약을 기다렸다.


그렇게 맞은 대망의 토요일 저녁 7시! 내가 원하는 타임을 놓칠세라, 수년 전 수강 신청 이후 오랜만에 서버시간도 켜고 대기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예약 버튼이 안 보인다...

언제 열릴지 모르니까 계속 눌러보는데 미동이 없다.

그러다 예약 버튼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또 예약이 다 찼다고 나온다.


7시에 깔끔하게 예약하고 식사하려고 저녁까지 해둔 상태에서 20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무한 새로고침과 클릭을 반복해야 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팬카페 회원들과 함께 나누니 고통은 줄어들었다.


당시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외침들


그렇게 긴장한 채로 보내기를 총 27분 후, 드디어 예약이 활성화됐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5월 3일(금) 10:30을 선택하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 결과는...!



천만 다행히도 성공이었다. 휴가까지 냈는데 시간이나 날짜를 조정해야 했으면 골치 아팠을 텐데, 다행히 원하던 일정으로 예약이 됐다. 이제 차차 공개되는 굿즈 중 구매할 것들을 추릴 일만 남았다. 힘들었던 27분을 2.7초 만에 잊고, 후련한 마음으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설레는 첫 팝업 스토어


5월 3일(금) 아침. 팝업 스토어 방문 전략을 정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우선 이틀차에 가기로 한 결정은 정말 좋았다는 것을 첫날 후기들을 보면서 계속 느꼈다. 미리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빨리 품절돼서 미리 집어야 할 건 무엇인지, 추천 굿즈는 무엇이고 실물이 다른 굿즈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팁들을 미리 공부하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전략을 세우고 나서 옷을 챙겨 입고 더현대로 향했다.


종종 더현대를 갈 일이 있는데, 지하철 연결 통로를 통해 들어가는 입구 양 옆에 꽤나 자주 대기줄 같은 게 있다. 대부분 연예인이나 특정 대상의 이벤트나 팝업 스토어 대기줄이어서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좋을까'하고 궁금해하며 지나쳤다. 5월 3일(금) 10시 15분, 오픈런을 기다리면서 내가 그 줄의 맨 뒤에 서 있었다.


더현대 자체가 10:30에 열기 때문에, 10:30이 되자 신분증과 예약 검사를 위해 팝업 스토어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그러면서 "팝업중독" 측에서 예쁘게 꾸며둔 밴드 악기들과 소품들, 멤버들의 포스터와 엽서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했다. 또 첫날 봤던 후기들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들이 보였는데, 이런 피드백을 바로 반영해서 계속해서 <고민중독>이 흘러나오는 것까지 좋았다.


예뻤다... 그냥 다...


잠시 후 입장을 해서는 바로 티셔츠부터 찾으러 갔다. 전날 본 후기들에서 재고가 빨리 소진되므로 티셔츠부터 집어 들라는 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으로 단체 티 1개와 나를 입덕시킨 시연 티 1개를 구매할 생각으로 바로 티셔츠 매대로 갔다.


남자 팬덤이 많은 걸 고려해 XL가 많이 준비된 건 좋았다.


전시되어 있는 실물을 보고 바로 구매해야겠다 다짐하고 시연 티를 찾는데 도무지 안 보였다. 그래서 직원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재고가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단체티만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 하나를 놓쳤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머지 구역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아크릴 매대에서 사려고 했던 디오라마(조립형 아크릴 스탠드)와 아크릴 키링, 아크릴 스탠드를 잽싸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는 가장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는 더 커졌으면 하는 멤버 단체 아이템들이 있는 구역에서 단체 엽서, 단체 엘자 홀더, 캔뱃지 등을 추가로 담았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단체 아이템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QWER은 모든 멤버가 다 좋고 소중하니까.



마지막으로 전날 후기에서 팁을 얻은 대로 져지를 추가로 예약 구매했다. 그리고 나오기 전에 '뽑기중독'이라고 뽑기를 해서 멤버 수제 피규어, 일러스트 디오라마, 멤버 학생증 등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도 추가로 참여했다. 한 판에 만오천 원이었고, 피규어를 뽑겠다는 마음으로 희망차게 4장을 뽑아서 멋지게 D상(핸드타월) 4개를 받았다. 그래도 다행히 중복 없이 멤버 4명 모두 줘서 만족스럽게 담아왔다.


QWER 잔치가 따로 없다


그렇게 나름 조절을 하면서 담아서 집에 와서 펼쳐놓고 보니, 꽤나 풍성했다.


우선 멤버들 다 같이 나온 제품들.



엘자 홀더 파일과 후기에서도 보았고 실제로도 꽤나 만족하는 단체 디오라마, 멤버들이 모두 나온 필름 키링과 캔뱃지, 엽서, 단체 스티커까지. 지금도 책상 옆에 전시해 뒀는데 볼 때마다 힘이 나는 굿즈들이다.


그리고는 언젠간 공연을 보러 가서 입고 흔들 제품들.



<마니또> 슬로건과 단체티, 그리고 뒤늦게 예약구매로 주문한 시연 티셔츠와 져지 세트까지. 져지 세트는 L 사이즈가 최대라 작으면 집에서만 입겠다는 생각으로 샀다. 그래도 이번 앨범의 상징인 체육복이므로 한정판 느낌이 강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막내즈 위주의 멤버별 제품.



그다음으로 멤버별 아이템은, 4명 모두 담으면 거덜이 날 것 같아서 나를 입덕시킨 시연과 딥덕시킨 히나 위주로만 담았다. 다 담지 못했다 보니 풍성함은 떨어지지만,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구매였다.


그리고 뽑기중독 제품.



D상 밖에 안 나와서 좌절했지만 그래도 네 장을 멤버별로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모아보니, 오히려 좋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내 돈 아니었으면 무조건 등짝


그렇게 해서, 총 461,000원을 썼다. 나름 조절한 건데, 굿즈로만 40만 1천 원에 뽑기중독에 6만 원을 써서 총 46만 원을 '팝업중독'에 썼다.




남들이 이런 소비를 한다고 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뭘 몰랐을 뿐이었다.


나는 원래 종종 굿즈를 사기는 한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 갔는데 재밌으면, 그 감동의 크기를 굿즈 구매로 표현한다. 재미없으면 아무것도 안 사고, 재밌었으면 살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산다. 관계자들에게 직접 감사를 표할 수는 없으니, 그들이 만든 굿즈를 팔아줌마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거다. 게다가 굿즈를 볼 때마다 공연 경험을 떠올릴 수 있으니 더욱 좋다.


'팝업중독'에서 50만 원 가까이 태운 것도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QWER이 너무 좋고, 어떻게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근데 멤버들의 얼굴이 있는 굿즈가, 그것도 한정판으로 있다? 안 살 수가 없는 거다.


최애 아티스트의 굿즈를 구매한다는 건 내가 받은 감동을 실체화시키는 기분이다.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감정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만드는 경험이다. 그래서 엔터 업계에서는 굿즈를 만들고, 팬들은 굿즈를 열심히 사모으는 것 같다.


게다가 구매 특전으로 10만 원에 한 장씩 미공포(미공개 포토 카드)도 줬다. 이걸 받으려고 40만 원 넘게 태운 건 아니지만, 40만 원을 태웠더니 이걸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번에도 역시 중복 없이 멤버 모두의 포카를!



그렇게 나의 첫 덕질 팝업 스토어 방문이 끝났다. 이제 다음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 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구매 후기들을 보고 한 번 더 방문을 결심했다.


아쉬우니 한 번 더


아무래도 못 산 게 너무 많았다. 걸밴드인데 거기에 딱 맞는 굿즈인 기타 피크를 못 샀고, 막내즈를 완성할 히나 아크릴 스탠드를 못 샀고, 뒤늦게 보니 예뻐 보이는 포스트잇도 못 샀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내가 받을 포토카드 중 쵸단 것을 제외하고는 '팝업중독' 10만 원 구매 특전 카드가 아니라 앨범 구매 특전이라는 점이었다. 시요밍의 얼빡 포카가 너무 귀여워서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10만 원을 써야 받을 수 있는 한정판 카드가 아닌 2만 원짜리 앨범을 사면 받는 카드라고 하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월 5일(일), 급하게 예약하고 비를 뚫고 나머지 구매를 하러 갔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조금 달라진 게, 첫 미니인 <디스코드> 때의 컴백 굿즈들이 있었다. QWER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들도 있었으며, 아래와 같은 엽서, 그리고 마찬가지로 <디스코드> 당시의 캐릭터 굿즈들도 있었다.



결국 아래와 같이 못 샀던 것들을 전부 사고(기타 피크는 예약), <디스코드> 엽서와 시요밍 캐릭터 키링도 사고 뽑기 중독 두 판으로 D, E상이 나와 전 멤버 캐릭터 핸드 타월과 내심 바랐던 시연이의 미니 아크릴도 받게 됐다.



결국 추가로 97,100원을 더 썼다. 두 번 방문해서 총 558,100원, 약 56만 원을 쓴 것이다.



이들이 내게 준 변화는 56만 원 보다 아득히 값지다


지금 내 책상은 '팝업중독'에서 구매한 굿즈들로 꾸며져 있다. 아주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업무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책을 읽다가 힘들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흐뭇해진다.


굿즈라는 것의 속성이 역시 그렇다.


쓴 금액만큼 최애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최애에 대한 애정의 척도를 지출로 표현하면, 그건 뭔가 내 최애가 오히려 안 좋게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합리적인 소비를 끌어낼 만큼 매력적이고, 팬들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을 쓸 때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나? 새로 오픈한 친구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줄 때처럼, 돌아올 것을 바라고 돈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아깝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최애에게 돈을 쓰는 팬의 마음은 그렇다.


너무 힘들 때 행복을 주고 열심히 살 동기를 준 것에 대해

이렇게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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