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의 QWER 입덕기 #7-2
마지막으로, 두 번째로 방문한 '파티세리 로그'랑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퍼링'으로 향했다.
이곳은 애초에 생일카페를 전문으로 하는 건물 같았다. 1층 입구에 QWER 영상이 돌아가는데 티비 밑이랑 안쪽에는 다른 아이돌 컨텐츠들도 있었다.
건물 4층이 시연의 생일카페였고, 역시나 잘 꾸며져 있었다. 늦게 입덕해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MAPS 잡지도 볼 수 있었고, 벽면 가득 예쁜 사진들이 한가득이었다.
생일카페를 돌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건 행복감이었다. '네 생일 축하도 아닌데 네가 왜 행복하냐' 싶을 수도 있겠다. 그 기분은 좋은 감정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눴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었다. 팀 단위로 뭔가를 이뤄내거나, 내가 응원하던 스포츠 팀이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했다.
생일카페라는 공간은 그 공간 전체에 생카를 기획한 팬의 아이돌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다. 그 안의 공기 자체가 아이돌에 대한 축하를 담은 느낌이다. 생일 카페 기획부터 준비까지 엄청난 정성을 들였을 테니 그 공간에 발을 들이기만 해도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축하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팬의 입장에서도 나의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느끼고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아이돌들이 실제로 생일카페를 방문하면 그 마음을 더 느낄 수 있으리라.
음료와 케이크 세트를 구매해서 아래와 같이 세트 특전도 받았다. 여기서 세트 특전은 '미니배너+핀버튼+아크릴 키링'이었다. 사실 기본 특전만 해도 '소녀탐정 이시연 + 종이컵 + 스티커 + 너무나 마음에 드는 홀로그램'이라 이미 풍성했다. 총대(생일카페를 준비하는 팬을 일컫는 말) 분들은 정말 아낌없이 주신다.
공간을 마저 둘러보고 내려가기 전에 미련을 품고 물어봤으나 럭키드로는 역시나 마감이 됐었다. 원래 계획한 이틀차 수량까지 일부 끌어오셨는데도 부족하다고 하셨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있으니, 지하 1층이 메인이니 꼭 가보라고 하셔서 기대를 품고 지하 1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정말 메인이었다. '소녀탐정 이시연' 컨셉으로 기가 막히게 꾸며져 있는 공간이었다.
참고로 '탐정 이시연'은 1집 <디스코드> 후 이번 미니 1집 <마니또> 사이 휴식기에 제작된 시연이 탐정 컨셉의 MC인 자컨(자체 컨텐츠)이다.
아래 영상 속 빠니보틀과 시요밍의 대환장 삼촌조카 케미가 미쳤으니 재밌게 감상하도록 하자.
이 공간을 꾸며주신 분들은 '탐정 이시연' 컨셉에 제대로 과몰입을 해주셨다. 노란 'Police Line' 테이프를 통한 사건 현장 같은 연출에, 원하시는 분들은 '탐정 이시연'으로 분할 수 있는 포토존까지 있었다. 혼자 가는 분들이 많을 걸 고려해 현장에 상주해 계시는 스태프 분이 사진도 찍어주셨다. 또 피해자의 흔적을 조사하는 탐정 이시연의 모습도 있었고, 깨알 같이 시연이 좋아하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도 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뿐 아니라 '소녀탐정 이시연' 컨셉으로 한 게임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 선물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생카를 위해 하나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시연이 매일 팬카페에 쓰는 <밍밍> 편지들로 예쁘게 꾸며놓은 공간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카페이다 보니 계속 미뤄왔던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오는 길에 상주해 계시는 스태프 분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이런 생일카페는 전문 업체에서 준비하는 것인지 여쭤봤다.
스태프 분의 답변은 설마 했던 대로였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팬심으로 준비한 거예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돈을 받고 거기서 알바를 하고 있는 스태프일 줄 알았다. 그 정도 규모와 퀄리티였으니까. 근데 그냥 나와 같은 바위게(QWER의 팬덤명) 셨던 거다. 다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행동하는 분이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이렇게까지 멋질 수 있구나를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이제 이 글은 생일카페를 돌아보며 시연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QWER 컨텐츠를 계속 보니 알고리즘에 시연의 영상이 하나 떴다. 바위게라면 다들 한 번은 봤을 영상이다.
NMB48에서 치열하게 노력함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분한 마음에 울면서 라이브를 하는 영상이다. 단순히 분함 때문이 아니라, 당시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이 라방까지 찾아와서 욕지거리를 해서 더 괴로워했던 것으로 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시연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구석자리에 있는 제 자신이 이젠 당연해져 버려서
'나 자신이 정말 형편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너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계속 분하다는 마음을 갖고 선발 같은 걸 목표로 나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게 아니면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빨리 포기하는 게 나은 건지 모르겠어서..."
2023년 5월 3일, 생일로부터 딱 1년 하고도 2주일 전에 한 이야기다.
생일카페를 돌아보며 생일인 시연이 딱 두 가지만 알았으면 했다.
1) '분하다'는 감정은 사실 정말 멋지다.
뭔가에 죽도록 매달렸는데 안 돼서 좌절해 본 경험이 있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바로 떠올리지 못할 거다.
실패했을 때 못 견딜 만큼 분하려면, 그만큼 정말 절실하게, 죽도록 매달려야 한다. 실패를 전제하고 적당히 노력하면 실패했을 때 분하지도 않다. '안 될 줄 알았어~' 하고 합리화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로 성과를 내고 싶은데 실패할 수 있다. 악플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계획대로 안 될 수 있다. 뭐가 됐든 내 뜻대로 안 돼서 분하다는 건, 그만큼 뜨겁고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증거다.
지금의 자신이 보기에는 부끄러운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멋있고 존경스럽다는 걸 알았으면 했다.
2) 지금은 앞에 있는 게 당연한, QWER의 프런트맨이다.
시연은 구석자리나 뒤가 어울리지 않는다. 맨 앞에서 관객과 마주하고,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행복을 전하는 게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프런트맨이다.
자신의 목소리와 미소, 생각과 성격, 그 모든 게 너무도 빛난다는 걸. 그만큼 팬들에게 행복을 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알았으면 하는 게 있었다.
가끔 스스로를 믿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그러니까.
그럴 때는 생일 주간 내내 받은 바위게들의 수많은 축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생일 카페를 준비해 주신 분들의 정성, 찾아가는 바위게들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후기를 통해서도, 시연이 이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수록곡 <대관람차>에서 팬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 우리 바위게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대관람차 - Q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