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QWER이 좋은 이유: 'ER 막내즈' 편
지난 QW 언니즈 편에 이어, <꿈과 낭만의 QWER 입덕기> #1, #2편의 주인공들. 나를 입덕시킨 궁극기 R 시연이와 딥덕시킨 소다단 단주 E 히나에 대한 이야기다.
리더와 맏언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봐주시면 감사드리겠다.
대학축제 화면에 잡히면 바로 함성이 나오는 예쁜 얼굴에 170 언저리의 큰 키. '어린이 보호구역 창법'이라 놀림받는 귀여운 목소리에 '대문자 T' 성격의 반전 매력까지. 이것만으로 아이돌을 좋아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히나가 좋은 이유는 이런 점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히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이전에 자세히 다룬 적 있지만, 멋진 마인드 때문이었다. 대중들이 노력의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그러니 피나는 노력을 통해 진짜 실력을 길러서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오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히나는 원래 '양념용량'... 아니 아니 '냥뇽녕냥'이라는 이름의 유명 틱톡커였다. QWER 데뷔 전에 이미 팔로워가 400만이 넘는 초대형 인플루언서였다. 이 자체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일이다.
살면서 400만이 넘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그 안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 관심을 다 견뎌낼 수 있을까? 억까('억지로 까는 사람', 즉 안티팬)들의 무자비한 비난과 거기에 찍히는 숨은 안티팬들의 공감을 보고 괜찮을 수 있을까?
히나는 그게 된다. 위 게시물 속 영상을 포함한 몇 가지 영상만 봐도 마인드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아래 영상도 마찬가지다. 3분의 짧은 영상을 통해 히나의 강철멘탈을 살펴볼 수 있다.
기타 시작 3달 차인 시점, 앞을 보지 않고 기타만 보고 연주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자신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깔끔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변명하는 대신, 틀리지 않기 위해 한 최선의 선택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비난도 '밴드 아이돌'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라며 이해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자기가 더 노력해서 쌩라이브를 보여주고 핸드싱크라는 억까를 없애겠다는 다짐을 한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면,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게 인간의 기본 심리다. 무시받은 노력에 화가 나니까 역으로 상대를 비난하며 싸우거나, 변명을 해서 비난을 피하려 하게 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많은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히나는 틱톡커 시절에도 예쁜 외모로 주목을 받은 만큼 수많은 비난도 따라다녔다. 허구한 날 실물 논란에, 필터를 너무 많이 쓴다는 등의 억까에 시달렸다. 400만 팔로워를 보유한 만큼, 시기하고 까내리려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때마다 조금씩 단련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400만이 넘는 대중을 상대하며 결과만 보는 대중의 속성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오기를 길러왔을 것이다. 히나는 남들은 평생 경험하지 못할 정도의 피드백을 받으며 엄청나게 다져진, 이제 24살의 어른이다.
아래 영상은 5월 23일(목)에 건국대학교 축제에서 한 <불꽃놀이> 라이브의 히나 직캠 영상이다. 앞선 위버스 영상에서도 연주할 때 백킹 트랙을 어느 정도는 깐다고 하니, 여기에도 기타 반주 위에 라이브로 같이 연주를 하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영상 1:46 구간을 보면 음 실수가 하나 나온다. 반복되는 리프에 다른 음 하나가 섞여 들어갔다. 하지만 이를 커버해 주는 기타 백킹 트랙이 없어, 이 작은 실수가 선명하게 들린다. 말 그대로 쌩라이브니까 나올 수 있는 실수다.
앞서 보여준 위버스 라이브로부터 딱 5개월 후의 일이다. "자기가 더 노력해서 쌩라이브로 억까를 없애겠다"는 다짐을 진짜 쌩라이브로 이뤄냈다. 음 삑사리를 비난하려면 비난할 수 있겠지만, 이걸 보고도 핸드싱크라 하는 건 무지성 억까일 뿐이다. 심지어 한 음씩 짚는 아르페지오가 아닌 후렴 구간에서는 약속했던 대로 관객을 보면서 연주하는 여유도 부린다.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길러서 억까를 없애겠다는 다짐을 다섯 달 만에 이뤄냈다. QWER의 막내이지만 어떤 어른보다도 어른스러운, 예쁜 외모 뒤에 닮고 싶은 오기를 가진 히나를 어떻게 동경하고 응원하지 않겠는가.
나부터 해서, 팬카페 분위기를 보면 이번 <마니또> 앨범을 통해 QWER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시연으로 입덕하는 것 같다. 외모도 너무 예쁘고 노래 실력도 뛰어나 믿고 보는 메인 보컬이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은 악기를 다루니, 혼자 퍼포먼스를 끌고 가면서 무대를 꽉 채우는 프런트맨이다. 무엇보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으로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시연에게 진짜 깊이 빠지는 건 대체로 시연의 서사 때문이다. QWER에 합류하게 되는 24살까지,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다. 인생 자체가 억까를 해도 꿋꿋하게 꿈을 향해 걸어왔다.
고등학교 시절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노래와 춤을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댄스 학원 친구들과 버스킹도 하며 열심히 준비하다가 예대에 합격을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처음 힐을 신다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게 되며 통학도 수업도 어려워 휴학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계속 꿈을 위해 노력하며 휴학 중에 아이돌 연습생이 되게 된다. 꿈을 위해 학교는 자퇴까지 했건만, 슬프게도 데뷔는 무산되고 만다.
꿈을 포기할 수 없던 시연은 운명처럼 NMB48(일본 난바 지방에 근거를 둔 AKB48의 자매 그룹) 7기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덮친 운명의 억까. 2차까지 합격하고 마지막 면접만을 앞둔 상황에 코로나19가 터지고 만다. 하지만 시연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일본 입국이 재개되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메이드 카페 알바를 하며 최종 오디션 기회를 얻어낸다. 그렇게 2차 면접 합격 1년 반 후, NMB48 최초의 순수 외국인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합격해서 2년간 열심히 활동하며 자매 그룹을 모두 포함한 AKB48 그룹 가창 대회에서 최종 2위를 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낸다.
하지만 일본 아이돌 특성상 혼자 타지 생활을 하기 버거운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있을 때 그룹 내에서도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고, 그런 처지에 분해하는 (여럿 바위게를 울린) 아래 라이브 방송에서 참지 못하고 힘든 마음을 토로한다.
세상이 아무리 억까를 해도 긍정과 정신력으로 버텨낼 것만 같은 서사를 써오는 친구지만, 역시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렇지만 5일 후, 그녀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김계란의 기습 연락으로 아이돌 걸밴드 프로젝트 QWER의 마지막 조각인 보컬 R로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NMB48에서 쌓아왔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꿈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됐는지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유튜브 <QWER> 채널에 있는 [[QWER 다큐멘터리] 100일간의 기록 Episode 2]에서 멤버들의 꿈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시연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저를 보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제 얼굴만 봐도 힘이 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순수한 에너지를 많이 드리고 싶어요.
NMB48에서 구석으로 밀려나 분해했던 시연은, 1년 뒤 수많은 관객을 마주하고 센터에 서서 무대를 휘젓는 QWER의 궁극기가 되었다. '무대 위 춤을 추는 D선 상의 아리아' 그 자체가 되어,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위로가 되는 진짜 아이돌(우상)이 되었다.
몇 번씩이나 좌절하고 진작 그만뒀어도 이상하지 않을 여정이었다. 운명이 억까를 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스펙터클한 인생이다. 하지만 그걸 다 꿋꿋하게 이겨내고 지금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었기에, 그 어려움이 서사가 된다. 응원할 수밖에 없고, 존재 자체로 위로를 받게 된다.
모든 어려움을 딛고 무대 위에서도, 팬들과의 여러 소통 채널에서도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매일 같이 순수한 에너지로 바위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힘을 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민중독 - Q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