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의 QWER 입덕기 #6
4월 19일 금요일, 굉장히 설레는 소식을 듣게 됐다. 5월 2일 목요일부터 일주일 간 여의도 더현대에서 QWER의 첫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더현대 지하로 들어가자마자 있는 메인 존을 당당하게 차지했다는 점에 기뻤고, 처음으로 오프라인 덕질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신청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팝업 스토어 오픈일을 캘린더에 등록했다. 첫날보다는 이틀 차가 운영은 좀 안정되고 재고도 충분할 것 같아서 5월 3일(금) 오픈런을 다짐하고 휴가까지 내버렸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인 25일 목요일, 4월 27일(토) 저녁 7시에 네이버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고민중독> 커버 챌린지 준비를 위해 일정을 비워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전 예약을 기다렸다.
그렇게 맞은 대망의 토요일 저녁 7시! 내가 원하는 타임을 놓칠세라, 수년 전 수강 신청 이후 오랜만에 서버시간도 켜고 대기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예약 버튼이 안 보인다...
언제 열릴지 모르니까 계속 눌러보는데 미동이 없다.
그러다 예약 버튼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또 예약이 다 찼다고 나온다.
7시에 깔끔하게 예약하고 식사하려고 저녁까지 해둔 상태에서 20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무한 새로고침과 클릭을 반복해야 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팬카페 회원들과 함께 나누니 고통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긴장한 채로 보내기를 총 27분 후, 드디어 예약이 활성화됐고 '광클의 호흡'으로 집중해서 5월 3일(금) 10:30을 선택하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 결과는...!
천만 다행히도 성공이었다. 휴가까지 냈는데 시간이나 날짜를 조정해야 했으면 골치 아팠을 텐데, 다행히 원하던 일정으로 예약이 됐다. 이제 차차 공개되는 굿즈 중 구매할 것들을 추릴 일만 남았다. 힘들었던 27분을 2.7초 만에 잊고, 후련한 마음으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5월 3일(금) 아침. 팝업 스토어 방문 전략을 정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우선 이틀차에 가기로 한 결정은 정말 좋았다는 것을 첫날 후기들을 보면서 계속 느꼈다. 미리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빨리 품절돼서 미리 집어야 할 건 무엇인지, 추천 굿즈는 무엇이고 실물이 다른 굿즈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팁들을 미리 공부하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전략을 세우고 나서 옷을 챙겨 입고 더현대로 향했다.
종종 더현대를 갈 일이 있는데, 지하철 연결 통로를 통해 들어가는 입구 양 옆에 꽤나 자주 대기줄 같은 게 있다. 대부분 연예인이나 특정 대상의 이벤트나 팝업 스토어 대기줄이어서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좋을까'하고 궁금해하며 지나쳤다. 5월 3일(금) 10시 15분, 오픈런을 기다리면서 내가 그 줄의 맨 뒤에 서 있었다.
더현대 자체가 10:30에 열기 때문에, 10:30이 되자 신분증과 예약 검사를 위해 팝업 스토어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그러면서 "팝업중독" 측에서 예쁘게 꾸며둔 밴드 악기들과 소품들, 멤버들의 포스터와 엽서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했다. 또 첫날 봤던 후기들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들이 보였는데, 이런 피드백을 바로 반영해서 계속해서 <고민중독>이 흘러나오는 것까지 좋았다.
잠시 후 입장을 해서는 바로 티셔츠부터 찾으러 갔다. 전날 본 후기들에서 재고가 빨리 소진되므로 티셔츠부터 집어 들라는 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으로 단체 티 1개와 나를 입덕시킨 시연 티 1개를 구매할 생각으로 바로 티셔츠 매대로 갔다.
전시되어 있는 실물을 보고 바로 구매해야겠다 다짐하고 시연 티를 찾는데 도무지 안 보였다. 그래서 직원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재고가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단체티만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 하나를 놓쳤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머지 구역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아크릴 매대에서 사려고 했던 디오라마(조립형 아크릴 스탠드)와 아크릴 키링, 아크릴 스탠드를 잽싸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는 가장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는 더 커졌으면 하는 멤버 단체 아이템들이 있는 구역에서 단체 엽서, 단체 엘자 홀더, 캔뱃지 등을 추가로 담았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단체 아이템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QWER은 모든 멤버가 다 좋고 소중하니까.
마지막으로 전날 후기에서 팁을 얻은 대로 져지를 추가로 예약 구매했다. 그리고 나오기 전에 '뽑기중독'이라고 뽑기를 해서 멤버 수제 피규어, 일러스트 디오라마, 멤버 학생증 등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도 추가로 참여했다. 한 판에 만오천 원이었고, 1등 상인 피규어를 뽑겠다는 마음으로 희망차게 4장을 뽑아서 멋지게 4등상(핸드타월) 4개를 받았다. 그래도 다행히 중복 없이 멤버 4명 모두 줘서 만족스럽게 담아왔다.
그렇게 나름 이성을 부여잡은 채 담고 집에 와서 펼쳐놓고 보니, 꽤나 풍성했다.
우선 멤버들 다 같이 나온 제품들.
엘자 홀더 파일과 후기에서도 보았고 실제로도 꽤나 만족하는 단체 디오라마, 멤버들이 모두 나온 필름 키링과 캔뱃지, 엽서, 단체 스티커까지. 지금도 책상 옆에 전시해 뒀는데 볼 때마다 힘이 나는 굿즈들이다.
그리고는 언젠간 공연을 보러 가서 입고 흔들 제품들.
<마니또> 슬로건과 단체티, 그리고 뒤늦게 예약구매로 주문한 시연 티셔츠와 져지 세트까지. 져지 세트는 L 사이즈가 최대라 작으면 집에서만 입겠다는 생각으로 샀다. 그래도 이번 앨범의 상징인 체육복이므로 한정판 느낌이 강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막내즈 위주의 멤버별 제품.
그다음으로 멤버별 아이템은, 4명 모두 담으면 거덜이 날 것 같아서 나를 입덕시킨 시연과 딥덕시킨 히나 위주로만 담았다. 다 담지 못했다 보니 풍성함은 떨어지지만,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구매였다.
그리고 뽑기중독 제품.
4등상 밖에 안 나와서 좌절했지만 그래도 네 장을 멤버별로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모아보니, 오히려 좋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해서, 총 461,000원을 썼다. 나름 조절한 건데, 굿즈로만 40만 1천 원에 뽑기중독에 6만 원을 써서 총 46만 원을 '팝업중독'에 썼다.
남들이 이런 소비를 한다고 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뭘 몰랐을 뿐이었다.
나는 원래 종종 굿즈를 사기는 한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 갔는데 재밌으면, 그 감동의 크기를 굿즈 구매로 표현한다. 재미없으면 아무것도 안 사고, 재밌었으면 살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산다. 관계자들에게 직접 감사를 표할 수는 없으니, 그들이 만든 굿즈를 팔아줌으로써 마음을 표현하는 거다. 게다가 굿즈를 볼 때마다 공연 경험을 떠올릴 수 있으니 더욱 좋다.
'팝업중독'에서 50만 원 가까이 태운 것도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QWER이 너무 좋고, 어떻게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근데 멤버들의 얼굴이 있는 굿즈가, 그것도 한정판으로 있다? 안 살 수가 없는 거다.
최애 아티스트의 굿즈를 구매한다는 건 내가 받은 감동을 실체화시키는 기분이다.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감정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만드는 경험이다. 그래서 엔터 업계에서는 굿즈를 만들고, 팬들은 굿즈를 열심히 사모으는 것 같다.
게다가 구매 특전으로 10만 원에 한 장씩 미공포(미공개 포토 카드)도 줬다. 이걸 받으려고 40만 원 넘게 태운 건 아니지만, 40만 원을 태웠더니 이걸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번에도 역시 중복 없이 멤버 모두의 포카를!
그렇게 나의 첫 덕질 팝업 스토어 방문이 끝났다. 이제 다음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 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구매 후기들을 보고 한 번 더 방문을 결심했다.
아무래도 못 산 게 너무 많았다. 걸밴드인데 거기에 딱 맞는 굿즈인 기타 피크를 못 샀고, 막내즈를 완성할 히나 아크릴 스탠드를 못 샀고, 뒤늦게 보니 예뻐 보이는 포스트잇도 못 샀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내가 받을 포토카드 중 쵸단 것을 제외하고는 '팝업중독' 10만 원 구매 특전 카드가 아니라 앨범 구매 특전이라는 점이었다. 시요밍의 얼빡 포카가 너무 귀여워서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10만 원을 써야 받을 수 있는 한정판 카드가 아닌 2만 원짜리 앨범을 사면 받는 카드라고 하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월 5일(일), 급하게 예약하고 비를 뚫고 나머지 구매를 하러 갔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조금 달라진 게, 첫 미니인 <디스코드> 때의 컴백 굿즈들이 있었다. QWER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들도 있었으며, 아래와 같은 엽서, 그리고 마찬가지로 <디스코드> 당시의 캐릭터 굿즈들도 있었다.
결국 아래와 같이 못 샀던 것들을 전부 사고(기타 피크는 예약), <디스코드> 엽서와 시요밍 캐릭터 키링도 사고 뽑기 중독 두 판으로 4등상, 5등상이 나와 전 멤버 캐릭터 핸드 타월과 내심 바랐던 시연이의 미니 아크릴도 받게 됐다.
결국 추가로 97,100원을 더 썼다. 두 번 방문해서 총 558,100원, 약 56만 원을 쓴 것이다.
지금 내 책상은 '팝업중독'에서 구매한 굿즈들로 꾸며져 있다. 아주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업무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책을 읽다가 힘들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흐뭇해진다.
굿즈라는 것의 속성이 역시 그렇다.
쓴 금액만큼 최애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최애에 대한 애정의 척도를 지출로 표현하면, 그건 뭔가 내 최애가 안 좋게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합리적인 소비를 끌어낼 만큼 매력적이고, 팬들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을 쓸 때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나? 새로 오픈한 친구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줄 때처럼, 돌아올 것을 바라고 돈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아깝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최애에게 돈을 쓰는 팬의 마음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