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내 최애의 아이들 QWER 오프 뛰기 #2
아이돌 덕질의 세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는 실물영접. 6월 15일 토요일 가평 자라섬에서 드디어 QWER을 실제로 보게 됐다. 오늘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나의 최애 공연 직관에 대한 후기다.
QWER은 이번 활동 기간 동안 정말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군대 위문 공연, 외부 공연, 대학 축제를 포함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십 번이 넘는 공연을 진행했다. 막 입덕한 팬으로서 이들의 라이브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위문 공연은 신분상 보러 갈 수가 없었고, 지방 위주로 돈 행사를 따라다니기에는 행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위날' 채널에서 매번 위문 공연 후 라이브 클립을 올려줬다. 그리고 외부 공연과 대학 축제는 소속사나 해당 학교에서 영상을 올려주거나, 공연을 보러 간 바위게(QWER의 팬덤명) 분들이 감사하게도 직캠을 올려주셨다. 매일 볼 게 넘쳐나는 5월이었다.
직캠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해졌다. 아무래도 내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나날이 커져갔고, 8월에 있을 펜타포트까지 기다리기는 힘들었다. 그때 팬카페에 QWER의 경기모아뮤직페스티벌 참가 소식이 올라왔고, 예매일자에 맞춰 바로 예매를 했다.
QWER은 이 날 축제에서 두 번째 순서로, 2시 반 시작이었다. 나는 첫 직관이니만큼 최대한 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10시 반부터 입장이었지만 가평역에서 자라섬으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9시 반부터 있기에 이에 맞춰 집에서 7시 반쯤 나왔다. 하지만 9시 40분쯤 사전 예매장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간이주차장을 빙 둘러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대기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시간 전이면 일찍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다 보니 다양한 팬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주최 측에서 밤샘 대기를 금지해서 줄 앞쪽에 있던 사람들은 새벽 4시부터 와서 대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앞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스탠딩은 아니어서 5번째 줄 정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11시쯤 공연장에 입장해서 첫 순서인 1시 반 가수 홍진영의 공연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이때는 각자 앉을자리를 확보하고 기다려서 버틸만했다. 하지만 가수 홍진영의 공연이 끝나고 QWER 순서까지의 30여 분은 뙤약볕이 내리쬐는데 선 채로 기다려야 했다.
결국 2시 반에 하는 40분 정도의 라이브를 보기 위해 7시간 전인 7시 반에 나와, 9시 40분부터 5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첫 직관으로 느낀 것은 이것이었다. 직관은 정말 체력싸움이구나.
그리고 2시 25분쯤, 멤버들이 무대 옆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해 함성을 질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바위게 모두 나와 같은 기분을 공유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2시 30분, 멤버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기본적으로 무대랑 스탠딩석 사이 거리가 좀 있었다. 그럼에도 실물을 보는 감동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악기 세팅을 마치고 관객석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예뻤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납득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내 최애를 직접 본다는 건 정말 믿기 힘들 만큼 기쁜 경험이었다. 두 달 동안 찬양 글만 17편을 쓸 정도로 좋아하고 동경하던 QWER이었다. 무대 첫 등장부터 공연 중간중간, 계속해서 '벅차오른다'는 기분을 느꼈다.
크기가 큰 행복은 한 번 느끼고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실감되는 경우가 있다. 첫 자취를 했을 때 느꼈던 자유가 그랬다. 혼자 빨래를 하러 가는 순간, 요리를 해 먹는 순간 등 일상 곳곳에서 갑자기 해방감을 느끼며 행복해졌다. 처음 취업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원증을 목에 거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 등에서 뿌듯한 행복이 차올라 제법 오래 유지됐다.
보통의 감정은 한 번 느끼고 사라지는데, 크기가 큰 감정은 지속성이 있고 생명력이 길다. 내가 QWER을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이들을 직접 보고 느낀 '벅차오르는' 감정도 40분 내내 꾸준히 차올랐다.
7시간의 노력과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미션이 있었다. QWER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야 했다.
첫곡부터, 나는 모든 걱정을 지울 수 있었다. 쵸단의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 마젠타의 맛깔난 베이스 슬랩, 히나의 멋진 기타 리프, 그리고 시연의 CD를 삼킨 보컬까지 모두 내가 수천번 들었던 음원 그대로였다. QWER은 준비된 7개의 세트 리스트를 모두 라이브로 멋지게 소화해 냈다.
아래 영상은 소다단(<마니또> 앨범 수록곡 <SODA>를 좋아하는 사람들)으로서 히나의 SODA 안무를 직접 담으려고 촬영한 것이다. 히나의 귀여운 안무는 정말 심쿵할 수밖에 없었고, 안무 후에 바로 이어지는 멤버들의 라이브는 너무 좋았다. 곡의 템포를 끌고 가는 쵸단의 파워풀하고 단단한 드럼이 계속해서 심장을 뛰게 했고, 17초부터 찰지게 치는 마젠타의 베이스 연주도 최고였다. 그리고 1:23에 나오는 시연이의 '기절할 것 같아' 파트에서의 음색과 공명은 지금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너무 좋다.
당연히 우리의 냥뇽녕냥, 히나의 연주도 빼놓을 수가 없다. <지구정복>은 다른 악기나 보컬 없이 기타 연주만으로 시작된다. 무대에 서본 사람이라면 오프닝 솔로를 맡는 것의 부담감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심지어 그 솔로가, 코드 반복이 있기는 하지만 템포도 제법 빠르고 움직임이 많다. 하지만 히나는 아래 영상에서와 같이 완벽하게 무대를 연다.
정말 좋았다. 더 큰 무대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로도 QWER은 계속해서 공연을 했고, 잠깐의 휴식을 거친 후 다음 앨범 준비와 함께 다시 연습 모드에 돌입했다. 어느새 다음 주로 다가온 '더 큰 무대' 펜타포트 2024에서 어떻게 정면돌파를 하고 승부수를 던질지 벌써부터 너무 기대가 된다.
하지만 공연 내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앞에 진행했던 가수 홍진영의 공연과 비교했을 때 관객 호응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었다. 멤버들이 공연하는 도중에 환호하거나 따라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간주 전후와 곡 사이사이에만 응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조용히 무대 위 QWER을 촬영하기 바빴다. 공연을 즐기기보다는 담기 바빠 보였다. 그래서 무대를 누비는 시연이와 연주하는 멤버들이 뻘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두 곡을 남기고 갖는 쉬는 시간에 리더 쵸단이 아래와 같은 멘트를 했다.
여러분 휴대폰으로 찍는 것도 좋지만,
다 같이 박수 치면서 즐겨주시는 것도!
오늘 하루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함께 즐겨줍시다! 알겠죠? 약속이에요!
'직관은 체력이다'를 절감하고 펜타포트까지 다시 집에서 편하게 덕질하는 길을 택한 내게, 공연마다 촬영해서 직캠을 올려주시는 바위게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분들의 노력 덕분에 QWER의 팬덤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멤버들 역시 직캠 영상을 보며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좋기 때문에 촬영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몇 번씩 표현하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도 카메라에 담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중간중간 계속 촬영했으니까. 현장에 오지 못한 다른 바위게들한테 나누거나 멤버들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지인들한테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그냥 소장용으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무대 위 가수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감정 없는 카메라 렌즈보다 기대에 찬 관객의 눈을 더 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메라에 자신의 소리가 들어가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는 관객보다, 자기가 이 노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부르는 떼창이 더 듣고 싶지 않을까.
무대 위의 가수는 관객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다. 관객 호응이 좋으면 더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게 된다. 앵콜 준비를 미처 못 했어도 관객들이 열광하며 외치면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해 한 곡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게 된다. 경기모아뮤직페스티벌에서의 관객 호응은 이런 진심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느꼈다.
QWER은 아이돌이면서 밴드다.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아이돌보다는 밴드다. 밴드는 라이브를 해야 하고, 관객의 반응을 먹고 자라난다. 무대 위 밴드는 미친 듯이 연주하고 노래하고, 무대 아래 관객은 미친 듯이 즐기고 뛰어놀고. 그런 모습이 진짜 아티스트가 되기를 꿈꾸는 QWER이 그리는 무대이지 않을까.
펜타포트 때는 진짜 그런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8월의 더위에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겠지만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관객들도 미친 듯이 호응하면서 떼창 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그러니 우선 나라도 약속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