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불협화음도 괜찮아, 뭐 문제가 되려나? #3
QWER의 주적은 '편견'이고 이들의 전략은 '정면돌파'라는 주제의 에피소드의 마지막 편이다. 이번 이야기는 아래의 2편에서 바로 이어진다.
4월 24일, QWER은 남서울대학교에서 이번 대학 축제 시즌의 스타트를 끊었다. <마니또> 컴백 후 '전부 노래 잘함'이나 QWER 자체 컨텐츠에서 준비된 형태의 무대만 하다가 처음으로 진짜 라이브 무대에 선 것이었다. 화제성의 QWER 답게 이날 공연 영상들은 다양한 형태로 여기저기 퍼 날라졌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출된 만큼 립싱크, 핸드싱크 등 QWER을 항상 따라다니던 논란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5월 3일, 세간을 주목시킨 QWER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가가 발표됐다.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보컬은 AR, 베이스와 기타는 핸드싱크라고 단정 짓는 많은 비난성 댓글들이 달렸다. 그리고 QWER은 이번에도, 타오르는 불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한다.
다음 대학 축제 라이브는 5월 7일, 첫 공연으로부터 2주 후에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이 무대에서 QWER은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무대로 반박했다.
지난 공연에서 엔딩곡으로 쓰였던 <별의 하모니>가 중간에 갑자기 나와서 바위게(QWER의 팬덤)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심지어, 아무런 반주 없이 시연이가 후렴구를 냅다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마디 후에 다른 멤버들이 쌩라이브로 들어오고, 저번 곡의 엔딩곡이었던 <별의 하모니>는 그렇게 인터루드로써 <대관람차>로 바통을 넘겨주며 끝이 났다.
이 셋 리스트 변화로 QWER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립싱크, 핸드싱크 아니에요." 다음 라이브 공연까지 2주일 사이에 '저희 이렇게 노력해요'를 어필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의 노래를 AR(All Recorded)도 MTR(Multi Track Recording)도 없이 부를 수 있다는 걸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보여줬다. 그렇게 립싱크, 핸드싱크 논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러고 얼마 후부터는 멤버들이 다루는 악기에 대한 MTR을 아예 끈 것인지, 찰나의 악기 삑사리가 너무 선명하게 들린다. 음 실수를 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을지 언정, 이것까지 보고도 무조건 '핸드싱크' 운운하는 건 정말 억까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QWER의 펜타포트 출연'은 언급했던 대로, 정말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논란 자체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컨텐츠들이 쏟아졌고, 소식을 알린 펜타포트의 첫 게시물은 혐오와 반박, 분탕질의 각축장이 돼서 뜨겁게 타올랐다.
이 소식이 발표된 5월 3일부터 한동안 더 뜨거웠다. 그러는 동안 QWER은 앞서 언급한 경기과학기술대 공연을 포함해 스무 번이 넘는 공연을 하며 착실히 자신들을 증명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장 며칠 전(7월 7일)에 펜타포트 인스타그램 계정에 페스티벌 출연자로 QWER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익숙한 풍경이 또다시 벌어졌다. 다만 그간 자신들을 꾸준히 증명해 온 덕에 이전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줄어든 모습이다.
'QWER의 펜타포트 출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린다. 음악계 종사자나 올드 팬들 위주로 밴드 씬에 있어 QWER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0년대 초 이후 사실상 죽었던 밴드 씬을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올려줬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비슷한 진영 혹은 전혀 다른 곳에서, 1년도 되지 않았고 실력이 부족한 밴드가 국내 최정상 락 무대에 서는 게 맞냐는 비판도 볼 수 있다.
위의 주장들에 대한 판단은 미뤄두고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화제가 될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결성 1년 만에 국내 밴드 씬 최고 무대에 선다는 게 어떤 의미이고 책임감이 따르는 결정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 명의 팬으로 봐도, 정말 객관적으로 과분한 무대다. 그래서 QWER의 참가 소식이 확정 됐을 때 바위게들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의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들의 준비된 컨텐츠만을 봐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QWER은 음악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4월 3일에 진행된 <마니또> 컴백 라이브 방송에서 아래와 같이 답했다. 간단히 말해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아직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는 나가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음악 방송 출연을 위한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락 페스티벌 참가는 시기상조다. 준비가 안 됐으면, 최소한 1년 정도는 더 실력을 갈고닦은 다음에 도전하는 게 안전한 전략이다.
하지만 QWER은 태생부터가 비정상인 불협화음 그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지금 대중 사이에서도, 아이돌 씬에서도, 그리고 밴드 씬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이단아는 어디서든 눈길을 끄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QWER은 지금이니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초대를 받은 것일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봐도 화제성 있는 그룹이다. 세간은 이들의 실력보다도 화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밴드 씬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화제성은 줄어들고, 실력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실력이 되지 않으면 펜타포트 출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반대로 실력을 꾸준히 기르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면, 화제성에 실력까지 더해져 더 큰 스테이지로 오를 수도 있다.
QWER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가는 정말 모 아니면 도다. 여기서 잘하면 프로젝트 그룹이 아닌 진짜 밴드가 되는 거고, 못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걸 상당 부분 잃을 위험도 있다. QWER을 둘러싼 모든 편견을,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정면돌파 하는 선택인 셈이다.
이번 <마니또> 앨범으로 QWER이 한 단계 도약한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일단 바위게부터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팬이 늘어나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만큼,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이들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 씬은 완성형에 익숙하다. 성장형은 낯설다. 바위게들은 멤버들의 성장을 언제까지고 뿌듯하게 지켜보겠지만, 대중의 입장에서 QWER에 대한 화제성 버프는 곧 꺼진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결국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이걸 독이 든 성배가 아니라 편견을 단박에 깨부수는 최고의 기회로 만드는 것은 QWER 멤버들에게 달렸다. 바위게들은 공연장에서 멤버들이 힘내서 즐기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할 뿐이다.
멤버들이 수많은 위문공연과 대학축제를 통해 쌓은 경험치와 늘어가는 실력을 보면서 나는 처음의 걱정을 접었다. 이제는 QWER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남아 있는 모든 편견을 정면돌파하는 낭만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 올라온 <최애의 아이들> 시즌 2 에피소드 1에서는 1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성장에 대해 영상을 보며 놀라는 전문 연주자의 리액션 영상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곧 다루겠지만 실제 공연을 직관하며, 이들이 펜타포트에서 보여줄 무대에 대한 믿음은 확신이 되었다.
QWER의 싱글 1집 앨범 제목은 <Harmony from Discord>였다. 이 제목처럼 대중에게도, 아이돌 씬에도, 밴드 씬에도 불협화음인 존재들이지만, 이번에는 진정한 화음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불협화음도 괜찮아'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불협화음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완전한 하모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바위게로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계기로 다시는 립싱크, 핸드싱크 논란이 안 나오게 잠재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사로는 "들어줘 나의 Discord"라고 외치겠지만, 무대로는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니,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