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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Sep 30. 2024

QWER 컴백, '알고리즘이 피워낸 꽃'의 의미

#17: <Algorithm's Blossom> 앨범 분석

9월 23일 월요일, QWER이 컴백했다.


    팬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화려한 컴백이었다. QWER의 성장과 더불어 나날이 커져가는 바위게(QWER의 팬덤명)지만, 여전히 다른 아이돌 팬덤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첫날 탑100 진입은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9월 2일에 선공개된 <가짜아이돌>만 해도 여러 번 공연과 챌린지를 통해 홍보했음에도 TOP100에는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은 공개 1시간 만에 보란 듯이 탑100 95위, 핫100 8위를 기록했다. 전날 진행된 <2024 펩시 페스타>에서의 선공개 효과와 탑급 아이돌이자 프로듀서인 전소연이 참여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가짜아이돌>로 활동하며 쌓아온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QWER의 컴백은 팬들에게조차 "짜릿하게 반전을 선사"했다.


9월 23일(월) 19:00 멜론 TOP100 95위 / HOT100 8위




    화려한 컴백 이후에도 QWER은 눈부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컴백 당일 진행된 두 번의 쇼케이스(기자/팬)를 시작으로, 수요일에는 하루에 두 번의 대학 축제 공연을 소화했다. 토요일에는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에서 토크도 거의 없이 50분 꽉 채운 9곡짜리 고봉밥 공연으로, 바위게들에게 사실상 단독 콘서트와 다름없는 감동을 안겼다. 이 사이 두 번의 위문공연까지 하면, QWER은 컴백 주에만 총 7번의 공연을 해낸 것이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활약도 놀랍다. 이번 앨범의 제목처럼 '알고리즘이 피워낸 꽃'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 이름 맑음>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동시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음악 1위를 기록하며 일주일 만에 조회수 1천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원더케이 라이브, 딩고 뮤직, 짐종국 등 다양한 외부 컨텐츠들과 프로듀서 전소연과의 녹음실 비하인드를 다룬 자체 컨텐츠도 공개와 동시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유튜브 알고리즘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무방할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이겠지만 음원 성적도 좋은 상황이다. 컴백 1주일째인 지금, <내 이름 맑음>은 10위권까지 진입해 TOP10을 눈앞에 두고 있다.  TOP10을 뚫고 8위까지 6위까지 4위까지(!!) 쾌속 질주해 버렸다. (글을 쓰는 와중에 계속 순위가 올랐다...). 언니 <고민중독>은 보름이 넘게 걸린 업적이었다.


<Algorithm's Blossom> 뜯어보기


    컴백과 동시에 보여준 왕성한 활동 덕에 쏟아지는 컨텐츠를 다 소화하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현생도 바빴던 탓에, 퇴근하고 나서 그날 올라온 컨텐츠와 밀린 소통들을 보고 나면 금세 잘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열심히 스밍을 돌렸지만, 각 잡고 앨범 전체를 들어볼 시간은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말이 돼서야 온전히 집중해서 이번 앨범을 들어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노래를 들을 때 '앨범 소개'에 신경을 써본 기억은 없다. 앨범 소개를 적을 때 창작자들은 지난 몇 개월의 노력을 단 몇 문단으로 압축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고심해서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써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듣는 대중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음악적인 용어와 개념들로 가득한 앨범 소개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라도 하면 찾아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게 궁금한 가수가 없었다. 그냥 귀 즐겁게 노래를 듣고, 눈 즐겁게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QWER은 처음으로 이야기가 궁금한 그룹이다. 애초에 이들에 빠지게 된 계기가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부터 이어져온 서사였기 때문에, 노래의 만듦새만큼이나 이번 노래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1번 트랙부터 듣기에 앞서, <Algorithm's Blossom>의 앨범 소개부터 정독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QWER이라는 하나의 팀으로서 새롭게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알고리즘이 피워낸 꽃’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사랑과 상처,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피어나"
QWER은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으로, 동시에 사랑과 상처를 양분 삼아 돋아난 싹으로, 세상에 보인 적 없던 새로운 꽃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성장과 여정을 그린다.




    이번 앨범을 한 줄로 요약하면 "사랑과 상처,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피어나"이다.


    QWER은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지만, 많은 비난과 편견을 이겨내야 하기도 했다. 일례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여 소식으로 일평생 락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달려들어 문제 삼을 만큼, 무슨 이슈만 생기면 안티들이 달려들어 깎아내리기 바빴다. 컴백 소식을 발표한 몇 주 전만 해도 QWER의 컴백 소식을 퍼다 나르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게시물들에서 악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4월 중순에 <고민중독>으로 입덕한 터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선배 바위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전에는 QWER에 관한 거의 모든 기사나 게시물에 선플로 덮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악플이 가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증명해 온 덕분에, 이번 컴백에는 지상파에서까지 기대감을 조성하는 보도를 내보낼 정도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탑급 스타성과 프로듀싱 능력을 인정받는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타이틀 곡을 줬으며, 김종국, 박명수 등 유명 연예인들의 컨텐츠에 출연하는 일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박재범이 QWER 멤버들과 함께한 챌린지 영상이 공식 계정에 올라오며 많은 바위게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 팬카페 회원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바위게는 조금씩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말 그대로 "사랑과 상처,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앨범의 주제의식이 앞서 말한 한 문장에 담겨 있다면, 그 표현 방식은 이어지는 문단에 드러나 있다.


"QWER은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으로, 동시에 사랑과 상처를 양분 삼아 돋아난 싹으로, 세상에 보인 적 없던 새로운 꽃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성장과 여정을 그린다."


    컴백 쇼케이스에서 앨범 소개를 할 때, 멤버들은 첫 곡부터 순서대로 정주행 할 것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앨범이든, 몇 개월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곡 순서에도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당연하다. <고민중독>이 포함된 <MANITO> 앨범 소개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낮부터 밤까지 시간순으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로 점심 즈음의 설레는 고백이 떠오르는 <고민중독>부터 시작해 방과 후 밴드 활동의 느낌이 강했던 <지구정복>, '오렌지빛 커튼 또 내리고'라는 시적인 가사로 노을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있는 <대관람차>와 자정이 지난 새벽의 몽글몽글한 감성이 담긴 마지막 곡 <마니또>까지 '낮부터 밤까지 시간순'이 잘 그려지는 구성이었다.


    <Algorithm's Blossom>은 씨앗이 심겨서 꽃으로 피어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첫 번째 곡인 <INTRO>의 내레이션부터 마지막 <OUTRO>의 내레이션까지, 마치 한 화자의 이야기처럼 이어지게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분위기뿐만 아니라 각 곡의 내용까지 쭉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을 보면, 앨범을 만들고 참여한 모두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공을 들였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


    <INTRO>와 선공개 곡이었던 <가짜 아이돌>은 씨앗으로서의 QWER을 표현한다고 느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반적인 씨앗이 아니라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이라는 점이다.


    QWER은 태생 자체가 대중에게도, 아이돌 씬에도, 밴드 씬에도 불협화음인 존재들이다. 'J팝과 일본 애니 OST스러운 노래를 하고, 게임과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수백만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모은 4인조 아이돌 걸밴드'라는 얼토당토않은 기획이 실현된 게 QWER이다. 보편적이지 않기에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낯선 것이 대해 호기심을 갖기보다는 기존의 틀에 맞지 않아 '이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 QWER은 처음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곡인 <INTRO>는 웅장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한 사운드 뒤에 멤버들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이 깔린다. "이윽고 푸른 새벽이 다가왔을 때 / 소중한 마음을 차곡히 담아 / 우리라는 씨앗을 심었어". 이렇게 첫 번째 트랙은 'IDIOTAPE'이라는 전설적인 일렉트로니카 밴드의 참여로 앨범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줌과 동시에 이번 앨범에서 QWER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곡은 선공개 곡이었던 <가짜 아이돌>이다. '가짜 아이돌'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기존의 QWER 스타일과 다른, 아이돌스러운 사운드에 호불호가 갈렸다. 발매 며칠 후 공연에서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라이브에 어울리는 밴드스러운 사운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항상 입던 체육복을 벗어던지고 빨간 가발을 쓴 멤버들의 모습은 (여전히 예쁘지만) 조금 낯설었다. 그래도 곡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했기에, 바위게들은 대학 축제에서 투쟁하듯 "QWER은 진짜 아이돌이다!"를 외치고, <2024 펩시 페스타>에서는 '가짜 아이돌'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보조 출연자들처럼 머리와 어깨에 'QWER' 띠를 두르고서는 한층 열정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짜 아이돌>의 사운드와 메시지가 처음부터 좋았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보고 나서야 왜 이 곡이 선공개 곡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에 심긴 씨앗'인 QWER을 향한 '밴드냐 아이돌이냐'의 정체성 논란은 처음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는 이들을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QWER은 언제나 그렇듯 정면돌파 하며 "어쩌나 시끄러운 우리들 / 가짜라고 놀려대도 / 기필코 너에게 진심을 전할게 / 지켜봐 줘 우린 너의 I-IDOL"라며 밉지 않게, 당돌하게 대꾸한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새롭게 피어나겠다는 QWER의 포부를 담은 앨범의 '파종' 단계에, '씨앗'으로서 최적의 선택이 바로 <가짜 아이돌>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천만 조회수...


"사랑과 상처를 양분 삼아 돋아난 싹"


    세 번째 곡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QWER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내 이름 맑음>이다. 이 곡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작사하고 Pop Time, Daily, Likey와 함께 작곡한 곡이다. 힘차면서 중독성 강한 이지리스닝 멜로디에 슬픔과 아픔이 느껴지는 한글 가사가 상반된 매력을 준다. 뮤직 비디오 역시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천만을 향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맑음이라고 부른다"


    이 곡의 주인공은 섣부른 고백이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아 슬퍼한다. 1절에서는 꽁꽁 숨겨온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 것을 후회하며 눈이 퉁퉁 붓도록 운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내일은 맑음'이라며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이어지는 2절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고백한다. '사실 나 아주 오래 울 것 같아 / 고작 친구도 못 되니까 / 툭툭 털고 활짝 웃을 만큼 나는 그리 강하지가 않아'라며 상처받은 여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도 끝에서는 '그러다 고작 사랑이 뭐라고 / 괜찮다 말하는 날까지 / 꾹꾹 참고 또 일기나 쓰고 있어 나 / 내 이름 맑음'이라며, '맑음'을 내일의 희망으로 미뤄두지 않고 자기 정체성으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이 곡은 이렇게 아픔을 딛고 나아가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내 이름 맑음>의 화자는 아직 싹이 되지 못하고 상처를 양분 삼아 조금씩 돋아나는 중이다. 그래서 '내 이름 맑음'이라는 마지막 가사에서도 완전한 해소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딘가 찝찝하고, 애써 밝은 척하는 느낌이다.




    네 번째 곡 <사랑하자>와 다섯 번째 곡 <달리기>는 상처받고 힘든 화자가 조금씩 나아지려는 노력을 그린다. 아직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금씩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시연과 마젠타가 함께 부른 <사랑하자>에서 화자는 '비가 또 내리고 있어 / 상처받는 건 지쳤고 / 이쯤 해둘까도 싶어서 / 도망칠까 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마음을 다잡고 '세상이 다 미워한대도 / 오늘 우린 사랑하자'고 외친다. 여전히 상황이 안 좋고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난 애써온 날 기억해 전부 / 누구에게 보이지 않아도'라며 자신이 받은 상처 속에서도 혼자 남몰래 이어왔던 노력들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다져진 자존감으로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 그 언제든 난 내가 응원할 거니까'라며 조금은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후회 따위 없이 모두 사랑하자'고 노래한다.


    쵸단과 마젠타의 첫 듀엣곡인 <달리기>에서는 더 후련해진 모습이다. 상처와 슬픔이라는 마음의 짐을 '잠깐 집에 들러서 / 무거운 가방을 놓고 가자'라며 조금은 가볍게 대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숨이 차오를 때까지 위로 / 뛰어올라 구겨진 마음을 던지자'하며 상처는 보내주고, '숨이 차오를 때까지 위로 / 뛰어올라 구겨진 사랑을 펼치자'하며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조금씩이지만 '사랑과 상처를 양분 삼아' 본격적으로 싹이 돋아나고 있다.




    여섯 번째 곡인 <안녕, 나의 슬픔>은 트랙리스트 공개와 동시에 이미 많은 바위게들 사이에서 마음속 원픽으로 꼽혔던 곡이다.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의 테마송으로서 QWER의 상징곡이라 할 수 있는 <별의 하모니>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제목과 하이라이트 가사에, 나 역시도 타이틀 곡만큼이나 기대했던 곡이다.


출처: https://x.com/official_QWER/status/1833067881040650514/photo/1


    공개된 곡은 기대를 아득히 초월하는 감동을 선사했다. 서정적이면서 아련한,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락발라드 멜로디와 구성에 가사는 담담하게 시작해 점점 고조되다가 결국 자신을 힘들게 했던 슬픔을 보내주는 내용으로 끝난다.




    이 곡은 유독 시연의 보컬이 빛을 발한다. 애초에 발라드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음색을 갖고 있기도 하거니와, 직접 작사에 참여한 만큼 시연이 가사 한 줄 한 줄 진심을 담아 꼭꼭 씹어 부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곡은 도입부 벌스부터, 반주와 악기 사운드가 최소화된 상태에서 시연의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프리 코러스 부분부터 다른 멤버들이 합류하며 노래는 점차 고조된다. 그렇게 쭉 감정선이 고조되어 가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다시 나머지 멤버들이 연주를 일제히 멈추고 시연 혼자 노래를 이어간다. 심지어 쇼케이스 영상에서는 여기서 시연에게 핀 조명까지 떨어진다. 그렇게 시연은 마지막으로 슬픔을 보내주는 노랫말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부른다.


Bye Bye 이젠 정말 보내주려 해
안녕 한 마디가 어려운 나였지만
머금던 맘을 열어보니
지난 나의 발자국에
서투른 꽃이 피어나


    이어서 나머지 멤버들이 다시 합류하며 '라라 라라라라'로 진행되는 떼창 구간으로 이어진다.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에서 이 곡을 라이브로 들었을 때, 시연의 보컬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인지 이 구간 전까지는 다들 암묵적으로 따라 부르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신 이 떼창 구간에서는 참아왔던 응원을 담아 열심히 따라 부르려 했다. 하지만 눈물을 참으며 연주하고 노래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니, 목이 메어 목 놓아 따라 부르기가 힘들었다. <안녕, 나의 슬픔>은 그런 곡이다.


출처: 유튜브 <푸딩포토 PuddingPhoto> 채널




    멜론에서는 이 노래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Bye Bye 이젠 안녕, 일렁이던 밤":
어른이 되어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온 너에게,
아픈 시간을 견뎌온 나에게.


    이 곡은 멤버들의 서사를 알면 더 감동적이다. 힘들었던 과거를 보내주는 내용을 담은 곡이니, QWER 멤버들이 어떤 '아픈 시간'을 견뎌왔는지 알고 들으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그래서 이 곡은 QWER의 이야기를 알고 응원하는 바위게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공식 뮤직 비디오가 없는 상황에서 멤버들의 서사에 기반한 팬 메이드 뮤직 비디오가 매일 같이 올라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여기서 멤버들의 서사를 다 풀어놓으면 이미 긴 글이 더욱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궁금한 분들을 위해 아래의 글들을 남겨둔다.





    <안녕, 나의 슬픔>은 QWER의 서사를 모르는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좋은 곡이다. 아팠던 시간과 힘들었던 과거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있다. 이 노래의 화자는 다섯 번째 곡인 <달리기>까지 마음을 추스르다 드디어 이번 곡에서 아픔과 슬픔을 보내준다. '지난 나의 발자국에 / 서투른 꽃이 피어나'라는 마젠타가 쓴 시적인 가사를 끝으로, 화자는 드디어 상처와 작별하고 싹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세상에 보인 적 없던 새로운 꽃"


    일곱 번째 곡인 <메아리>는 밝다. 그리고 QWER스럽다. 희망차고 벅차고, 팬들을 향하고 있다. 사운드도락밴드스럽고, 메시지는 긍정적이다. 그래서 <내 이름 맑음>, <안녕, 나의 슬픔>과 더불어 이번 앨범 TOP3로 많이들 꼽는 곡이다.


    이 곡의 화자는 드디어 피어났다. 앨범에서 처음으로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들었던 꿈들이 기지개를 켜" 본격적으로 꿈을 이룰 준비가 되었음을 말한다. 꿈을 꾸기에는 너무 이른 듯한 불안함이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메아리치길 바라며 크게 외친다. "일기 속에 적어둔 / 많은 소중한 꿈들을 / 매일 난 외워뒀거든"이라며 힘든 와중에도 품어온 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푸른 수평선 끝 메아리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멀리 닿기를 바라며 밝게 노래한다.




    이어서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인 <OUTRO>가 나온다. <INTRO>와 이어지는 곡으로, 마찬가지 분위기에서 멤버들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다운 이름으로
'우리'라는 모습으로
다시 씨앗이 퍼져 나가는 그날까지
그날까지
그날까지


    당연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화자는 QWER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씨앗에서 꽃으로 피어난 QWER은 이제 '메아리'처럼 더 멀리 닿고자 한다. 새로운 '씨앗'을 퍼뜨리며 더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희망찬 포부와 함께, <Algorithm's Blossom>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QWER에게 더 이상의 성장통이 없기를.


    쇼케이스에서 각 멤버들이 이번 앨범을 소개할 때, 시연은 이번 앨범의 또 하나의 주제가 '성장통'이라고 강조했다. 앨범 전체를 찬찬히 뜯어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QWER은 '성장형 아이돌'이자 '성장형 밴드'다. 출발점이 달랐기에 처음에는 '아이돌'이라기에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정이 부족했고, '밴드'라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화제의 중심에 자주 섰던 만큼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과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아팠던 만큼 멤버들은 더욱 빠르게, 보다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QWER은 아직도 데뷔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그룹이다. <내 이름 맑음>처럼 상처받았지만 '맑음'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고, <사랑하자>와 <달리기>에서와 같이 팬들과 함께 아픔을 견디며 걸어왔다. 그간의 성과들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고, 함께 믿고 응원하는 많은 팬들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의 짐도 조금 놓고, 상처를 보내주고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안녕, 나의 슬픔> 할 때다. 아마 많은 바위게들이 이 곡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가, QWER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무대공포증 드러머 쵸단, 무베이스 베이시스트 마젠타, 알고리즘 속에서만 살던 기타리스트 히나, 일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보컬 시연의 서사가 오버랩되며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에 이 노래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이다. 멤버들은 언제까지나 노력하고 성장하겠지만 적어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개인으로도, 팀으로서도 아픈 시간을 견뎌온 만큼 이제는 "Bye Bye 이젠 정말 보내주려 해“ 하고 상처를 털어냈으면 한다.




    <Algorithm's Blossom> 앨범은 아래와 같이 A(lgorithm)/B(lossom)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각 앨범에도 이번 앨범의 표현 방식이 담겨 있다. 왼편의 A 버전은 많은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앨범 커버는 비가 내리는 흐린 밤을 표현하고 있다. B 버전은 하얀 배경 속에서 생명력 넘치는 붉은색에 둘러싸여 새롭게 태어나는 멤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커버에는 동터오는 새벽이 표현되어 있다.


출처: https://qwershop.kr/product/detail.html?product_no=54&cate_no=62&display_group=1


    멤버들은 여전히 새벽이다. 빨리 아침을 맞았으면 좋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고, 꽃이 피었으니 이제 널리 퍼지기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하면서 하나씩 무대를 쌓아가면, 금방 아침이 밝아 오고 QWER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꿈꾸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당연한, 기쁨과 행복만 가득한 날만 펼쳐지기를 바란다. 바위게로서 할 일은 하나, QWER을 계속해서 응원하는 것 뿐이다.


온 세상에 메아리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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