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돌아서 가도 되는 저녁

CHS -SeoulMong

by 베리티

해질 무렵 여름의 저녁을 걷는 것이 좋다.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두 세 정류장 정도는 미리 내려서 걷는다.

동네 이름이 걸린 마트에 들러 자두와 토마토, 다크초콜릿바 하나.

너무 무겁지 않을 만큼 장바구니를 채운다.


역시 이렇게 뜨거운 날은 집 가까이에서 샀어야 했나 싶을 때,

앞서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

양 갈래 길게 땋은 머리 아래 목에 걸린 헤드폰, 그리고 에스닉한 긴 치마에 샌들.

한 손의 불룩한 장바구니에 살짝 삐져나온 토마토들이 보인다.

샌들이 스치는 발소리의 리듬이 가볍다.

오늘 저녁은 옥상 파티라도 하는 건가.


아무 말하지 않아도 설렘으로 빛나는 사물의 순간이 있다.

돌돌 말은 이불을 하나씩 들고 떠들며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오늘은 파자마파티인건가. 웃게 된다.


조금 녹은 다크초콜릿을 잘라 입에 넣고,

줄이 달린 헤드폰을 쓴다.

차가 덜 다니는 공원, 나무가 늘어선 길을 찾아 걷는다.

길을 걸어도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유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낯선 가게나 물건을 보고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시간.

차를 타고 내려서 바로 집이 아니어도 되는 작은 틈.



CHS -서울몽

https://www.youtube.com/watch?v=Gx4kct5aXN4


CHS를 처음 들었을 때 크루앙빈(Khruangbin)을 떠올렸다. 밴드 스스로가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라는 장르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까 발리의 해변에서 들릴 법한 나긋하고 chill한 음악들 쯤으로 보면 될 거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뉴욕하면 Jay-z의 'empire state of mind' 같은 노래가 있는 것처럼 서울도 이쯤되면 그런 노래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이 노래 재밌게도 제목이 '서울몽' 이다. 국악적인 감각이 들어있는 것이 일종의 'hip'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날치 이후로 더욱.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요즘 곧잘 주목받는 작곡가 박문치가 이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 어딘가 진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본업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