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ruli - Tokyo
거리가 텅 비었다.
벽 아래마다 짙은 그림자들만 선명하다.
그런 것이라는 걸 문득,
한여름을 걷는다는 것은 그렇다.
아스팔트의 열기를 밟아나가고 건널목에선 작은 나무 그늘을 찾는다.
어느 골목을 돌았을 때
담벼락 아래애서 주먹만 한 초록빛 사과가 통통통 굴러온다.
환상처럼 파릇한 사과향이 번진다.
아무도 없는 그 길에 툭 떨어진 사과 하나.
덜 익어서 버려두고 온 것들들 떠올렸다.
완전히 익기를 안달하고 서투름에 진저리 치던 시간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그 역시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Quruli - Tokyo
https://www.youtube.com/watch?v=M3f-0kBJ7Xs&list=RDM3f-0kBJ7Xs&start_radio=1
쿠루리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알게 된 밴드이다. 두 남녀 주인공이 여행을 떠날 때 차에서 흘러나오던 그 곡 'Highway'의 속도감을 기억한다. 풋풋했던 가사들도.
일본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지만, 쿠루리는 노랫말이 일어일 뿐 제이팝 느낌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쿠루리는 2011년 지산 록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Highway'만 기다렸나 보다. 이 곡의 기억은 없다.
이 곡의 도입부부터 메인 테마가 되는 기타 리프가 확 끌린다. 아니, 사실 놀랍다! 이런 곡이 있었어, 라며 찾아보니 무려 쿠루리의 데뷔 싱글이었다는 사실. 어떤 가사일까 궁금했는데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도쿄의 거리를 나와서 멋지던 너를 기억한다는 것. 시간이 오래 지나 이제는 좋았던 것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데뷔곡은 다시 쓸 수 없다. 멋진 밴드라면 그들의 정체성이 내재되어 있는 데뷔곡을 가지고 있다. 그건 변할 수 없는 법칙. 영화도, 그림도 이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젊은 날 그저 거리를 쏘다니다가 뭔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 전해진다.
우리에게 그런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