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guard - Under The Reach
구름이 낮게 깔린 어둑한 흐린 오후
꼭대기층의 작은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부스스한 머리 나른한 표정에 큰 눈.
목이 늘어나 헐렁한 티셔츠 차림 아래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잔이 탁 놓인다.
흰 잔에 넘칠 듯 까만 아메리카노를 후룩 마신다.
창 너머로 멀리 학교 건물들이 솟아있다.
그는 한국에서 밴드를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바이올린을 만지던 손이
이제는 일렉기타를 날아오른다.
손이 크네요?
그는 개구리처럼 손을 쫙 펼쳐 보였다.
한 옥타브 미까지 닿는다고 웃으며 자랑했다.
폐가.
집에서 도망쳐 폐가에 모여 연습을 했다고 했다.
시퍼런 나이에 아무렇게나 막살고 싶었다.
길에서도 잤다.
막 산다는 게 어떤 거죠?
그는 답하지 않았고 나도 더 묻지 않았다.
그때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흘러나와서 말없이 듣고 있었다.
펑크 밴드를 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이제 첫 끼를 먹으러 혼자 라면집에 간다고 했다.
그때 같이 따라갔어야 했을까.
일 년 내내 팬들이 주는 과자 선물이 넘친다는데,
굳이 나까지 그 행렬에 끼고 싶진 않았다.
인터뷰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혼자이고 싶었다.
뭔가를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내게도 폐가 이야기 한 조각이 있다.
아직 꺼내지 않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쫓는 발걸음으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카페를 지난다.
(계속)
Lifeguard - Under Your Reach
https://www.youtube.com/watch?v=on-10C85zkg
시카고 출신 밴드 라이프가드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알게 되었다. 생생함과 날 것의 거친 느낌이 있어서 들어본다. 어딘가 90년대의 바이브가 있다. 단출한 공간에 음악의 에너지가 꽉 찬 듯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