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해도
1994년 발매된 블러의 3집 앨범 <park life>는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그 누구도 브릿팝의 대명사로서 블러를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시애틀발 분노의 기타 사운드가 세상을 점령하고 있을 때 영국에서는 브릿팝의 뷔페가 차려졌다. 이미 팝 종주국으로서 영국의 자존심을 찾으려는 밴드들의 움직임이 트리거가 되었고, 스포트라이트는 브릿팝씬에 쏟아졌다.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팬덤의 관심은 나날이 커져갔고 언론들 역시 때를 놓치지 않았다. 신보를 듣는 즐거움 못지않게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들, 농담들 역시 흥미진진했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누가 뭘 터뜨리나 기대되는 시절이었다.
브릿팝씬의 입담이라면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그들이 있다. 오아시스(Oasis)의 갤러거 형제.
지금은 노엘과 리암이 각자 활동하고 있지만, definitely maybe* 팬들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함께 할 때 가장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오아시스의 주옥같은 곡들이야 너무 많지만, 오아시스의 태도를 관통하는 곡이라면 단연 이 곡이다. 나는 이 곡을 들으러 오아시스 라이브 공연을 간다.
Oasis - Live Forever
https://www.youtube.com/watch?v=TDe1DqxwJoc
'90년대를 말할 때 첫 손에 꼽히는 밴드는 다들 알다시피, 너바나(Nirvana)다.
우리는 너바나를 좋아하지만, 커트 코베인을 떠올리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갑자기 찾아온 거대한 성공에 따른 부담과 자기 파괴적 성향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를 붙잡아둘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너바나를 들을 때면 항상 그 점이 안타깝다. 오아시스 역시 너바나의 팬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노엘 갤러거 때문에 웃었던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는 이렇다.
"... 내가 그(커트 코베인)를 좋아하는 만큼 난 그런 게 싫다고. 난 사람들이 약에 취해서 자신을 증오하고...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런 거 매우 싫다고 (중간 욕설 등등 생략)"
갤러거 형제는 어린 시절 어렵게 자랐다. 가정폭력으로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고 집 밖에 화장실이 있을 정도로 힘들었던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노엘의 태도는 달랐다.
"그래도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았어! 그날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중요한 것은 삶에서 찾아오는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고통을 대하는 태도다. 행복해서 웃는 건지 웃어서 행복한 건지 흔히 보는 것처럼 인과관계가 뚜렷한 게 아니다. 적어도 무언가를 계속해나가길 원한다면 우리는 전략으로써 긍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갤러거 형제 못지않은 괴짜는 펄프(pulp)의 자비스 코커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기럭지로 언뜻 곱상해 보이지만, 마이클 잭슨의 무대에 난입하여 깽판을 친 '인물'이다. 아무리 대스타라 해도 신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마이클 잭슨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이 일로 마이클잭슨 팬의 엄청난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용기, 혹은 똘기는 인증된 셈이다.
자비스 코커의 기행과 어록도 갤러거 형제 못지않다. 최근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애스터로이드시티>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웨스앤더슨이 자비스 코커의 열성 팬이라고 한다)
Pulp -Something Changed (펄프의 대표곡을 듣고 싶다면 'commmon people', 'disco 2000'으로)
https://www.youtube.com/watch?v=EFSdf_VeYG0
블러보다 빨리 일찍부터 미국 시장에서 반응을 얻었던 스웨이드(Suded).
세상의 온갖 암울한 것들 속에서도 이렇게 신나는 멜로디가 나올 수 있다. 보컬 브랫 앤더슨은 한 때 블러 데이먼 알반의 연인이던 저스틴과도 사귀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 곡의 인트로 기타 전주는 언제 들어도 반갑다.
Suede - Beautiful Ones
https://www.youtube.com/watch?v=xqovGKdgAXY
그리고, 블러는 <Parklife> 앨범으로 브릿어워드 4관왕을 차지한다.
모든 것을 이룬 듯한 세상이 왔다.
"밴드는 자신감이 넘쳤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만들어냈죠. 앨범에 16곡이나 넣었는데도 많은 곡이 남아있었어요. 즐겁고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앨범은 스타일리시했고 이것저것 다 있는데도 조화로웠어요."
-블러의 프로듀서, 스티븐 스트리트
하지만 늘 그렇듯 가장 높이 올랐을 때 위험하다. 언론은 오아시스와 블러의 브릿팝 전쟁에 불을 붙였고, 그렇게 블러는 스타덤에 오름으로써 모든 피곤함과 원치 않은 일들까지 감당해야 했다.
Blur - To the end
https://www.youtube.com/watch?v=0DjHKqb365A
All those dirty words (Jusqu'a la fin)
They make us look so dumb (En plein soleil)
We've been drinking far too much (Jusqu'a la fin)
And neither of us mean what we say (En plein amour)
Well you and I
Collapsed in love
And it looks like we might have made it
Yes, it looks like we've made it to the end
What happened to us? (Jusqu'a la fin)
Soon it will be gone forever (En plein soleil)
그 모든 더러운 말들
우리를 모두 어리석게 보이게 했지
우린 너무 많이 마셨고
우리가 말한 것들 그대로는 아니었지
너와 나
사랑은 무너졌네
우리는 해낸 것처럼 보였고
그래, 우리는 결국 해냈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곧 영원히 사라지겠지.
-To the end 중에서, Blur
모두가 완벽함을 기대하는 순간,
블러에게는 Next Step이 필요했다.
*Definitely Maybe - Oasis의 1집 앨범 타이틀